올 해부터 어머니께서 지내시던 제사를, 모셔왔다. 이사를 오시면서 바로 모셔 오려고 했는데 어머니께서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너무 적적하시다고 해서 어머니가 지내시게 두었는데, 이젠 연세와 건강이 허락지 않아 모셔오기로 했다. 아마도 아내가 반대했다면, 나 또한 산소를 다녀오는 것으로 대신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제, 일요일 마트에서 제수용품과 과일등의 장을 보았고, 아내가 오후부터 열심히 만들고 있을 것이다. 다만, 제사를 지내 돼 간소하게 지내기로 아내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옛날에야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었고, 형제들이 모두 모이는 시간이었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고 제사를 지낸다고 해도 예전처럼 가족들이 모이기가 쉽지가 않다.
어머니가 아버지 제사를 지낼때에는 누나와 매형들도 참석을 했지만, 내가 제사를 모시기로 하고부터는 누나들과 매형들도 오지 않기로 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지 기일에 왔다가 얼굴 보고 하면 좋을 텐데 누나들 입장에선 올케가 준비하고 모시는 제사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런 부분들을 에둘러 이야기했지만 왠지 난 섭섭함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러 번, 산소를 갔다 오는 것으로 제사 지내는 것을 대신하라고 누나며, 고모까지 이야기하셨지만 난 아직까지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각각의 집안사정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너무 쉽게 빨리 그동안 지켜왔던 전통들이 사라진다는 것에 좀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우리 세대까지는 그 전통들을 이어나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자그마한 생각들을 하고 있다.
오늘은 제사지낼 준비를 하느라 고생하고 있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해야겠다.
올 해의 마무리, 이번주 토요일에 낙엽으로 뒤덮여 있을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 낙엽청소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