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말글살이 - 비상계엄, 예외 상태 늑대의 발톱을 보았다. 무디고 느려 조롱거리로 전락했지만, 우리의 일상이 겨울 낙엽처럼 하루아침에 바스러져 버릴 뻔했다. 두려웠다. 그것은 공격형 헬기가 밤하늘을 찢어 버리고 신형 장비로 완전무장한 계엄군이 거리를 어슬렁거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군홧발에 짓이겨지고 총탄에 쓰러지는 시민들의 주검과 체포 구금되는 반대자들의 행렬이 그려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선포'라는 언어 행위 앞에서 새삼 느껴지는 두려움이었다. "저는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는 선언을 들으며 엄습하는 무력감 같은. 비상계엄, 즉 '예외 상태'의 선포는 말의 극단적 폭력성과 모순을 드러낸다. 말 한마디로 폭력성과 모순을 드러낸다. 말 한마미로 모든 법을 폐지할 수 있다니, 법질서를 효력 정지시킴으.. 더보기 말글살이 - ‘-음’ 기계는 어떤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부품들을 조립한 것이다. 괘종시계를 분해하여 안을 들여다보면 에너지를 만드는 태엽, 에너지를 전달하는 톱니바퀴, 에너지를 규칙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만드는 탈진기 등의 부품이 있다. 말도 시계처럼 부품들로 분해할 수 있다.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명사'와 사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가 대표적이다. 명사와 동사를 조립하면 하나의 사건을 표현할 수 있다. '자동차가 달린다','사람을 만났다','밥을 먹었다'. 그런데 동사에 '-음'이라는 도깨비방망이를 붙이면 명사로도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다. '움직임'은 시간이 지나면 이내 사라져 버리는 것이건만, 마치 형체를 갖춘 사물처럼 만드는 것이다. 태엽이 시곗바늘이 된 형국이랄까? '걸음','도움','울음','.. 더보기 임금체불 진정서 처리기한 연장 고용노동부에 출석을 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임금체불 사업주 확인서가 발급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다. 1. 11월 1일 인터넷 임금체불 진정서 접수2. 11월 4일 근로감독관 배정3. 11월 7일 출석요구서4. 11월 15일 고용노동의정부지청 출석5. 11월 19일 근로감독관 퇴직금 중간수령 확인 전화6. 11월 22일 근로감독관에게 진행상황 전화 - 퇴직금 수령 확인서 전회사 팩수수신요망.7. 11월 26일 근로감독관에게 확인서 팩스 받았는지 확인 - 바빠서 전화통화하지 못했다고 함, 직접 전 회사 사장님에게 전화해서 확인서 팩스 송신요청.8. 11월 27일 근로감독관에게 전회사 전화 알려달라고 전화옴, 확인서는 받았지만 4월부터 강화된 발급기준 때문에 확인시간이 필요하다고 함, 발급될 것 .. 더보기 말글살이 - 시국선언과 글쓰기 "도대체 누가 그 글을 썼는가?" 지난주 내내 전화, 문자, 전자우편, 카카오톡으로 받은 질문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정규직·비정규직 교수자와 연구자들이 '나는 페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로 시작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자, 사람들이 보인 첫 반응은 그 글의 저자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나를 지목하기도 하던데, 나는 아니다. 어쭙잖은 잡문이나 쓰는 내가 언감생심 그런 글을 쓸 리 없다). 선언 초안자에게 우리는 두가지를 주문했다. '1인칭으로 쓰자.' '분노보다는 우리의 부끄러움을 고백하자.' 아무도 읽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선어문에서 벗어나보자는 제안을 그는 요령 있게 잘 표현했다.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와 .. 더보기 그리운 친구...연결되다. 4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그리고,난 그에게 전화를 하거나, 카톡을 보내고 있다.물론,아무런 대답이 없을 것 알면서. 그 전화와 카톡은 그에게 보내고 있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언제든 그가 나를 다시 찾아오려고 할 때, 나의 상태와 기다리고 있다는 표식이 될지도. 그냥,그가 생각날 때면 퇴근할 때도, 운동을 나가서도 전화를 한다.전화보다 글을 남기고 싶을 때는 카톡을 보내고 있다.그래도, 카톡은 읽는 것 같아 그중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도, 아이들과 줄넘기를 하다 그에게 카톡을 보냈다.요즘 일과 집에서도 이유없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ㅠㅠ그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을지도 모르겠다.그는 나에게 그런 존재다. 카톡을 보내놓고 당연히 답장은 기대하지 않았다.줄넘기를 마.. 더보기 말글살이 - 말하지 않기 인간은 집요하게 의미를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존재하지 않는 존재'까지 생각해내어 거기에 악착같이 의미를 부여한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유하는 능력'이야말로 우리를 '인간'으로 끌어올린 힘일지 모른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유함으로써 인간 문명은 봄철 개나리꽃 피듯이 만개했다. 세상에는 '존재하는 것'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억만배는 더 많다. 공룡, 도깨비같이 잘 알려진 것 말고도 많다. 쓰지 않은 편지, 만들지 않은 음식, 그리지 않은 그림, 준비하지 않은 선물, 필름 없이 찍은 사진···. 그러한 것들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 아니다. '쓴 편지'보다 '쓰지 않은 편지'가 더 설레고, '그린 그림'보다 '그리지 않은 그림'이 더 예술적일지.. 더보기 고용노동부 출석요구 11월 1일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접수했고, 월요일에 담당자가 지정되었다고 카톡이 왔다.그리고, 그다음 주에 고용노동부에 출석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일주일만에 고용노동부 출석요구 카톡이 도착했다.대략 예상한 대로, 2번째 주가 되었다.먼저, 간이대지급금을 신청하고 수령한 퇴직자분과 통화를 하다 같이 일했던 직원도 1일에 접수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운동을 나가면서 그 직원분께 전화를 했고, 정말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되었다.그 직원분은 며칠전, 전회사에 필요한 서류를 받으러 갔다가 굉장히 기분이 상해서 왔다고 했다. 지금 돈이 없으니 간이대지급금을 신청해서 받으라는 아주 뻔뻔한? 태도를 사장님께서 보이셨다고 한다.화가 많이 나 있었고, 이젠 인정사정 봐 줄 필요가 없다고 고용노동부에 .. 더보기 토요일엔, 금요일 오후, 문자를 보내기도 전에 출역 문자가 도착했다.하남시 초이동, 구리~안성간 고속도로 초이톨케이트공사현장이었다.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도착하기엔 이른 시간이어서 주차여부를 물어봤고, 주차가 가능하다는 답문이 왔다.다른 인력사무소와 다르게 아침에 사무실에 가지 않고, 그 전날 소장님께서 출역을 배분해서 문자로 보내주니 집에서 바로 갈 수 있어 참 좋기도 하고, 그 문자엔 주소와 대략적인 일 또한 임금 및 임금을 주는 주체까지 포함되어 있어 그 문자 하나만 된다. 주소와 달라서 일찍 도착했지만 담당반장님과 여러번 통화 후 일할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모든 것이 거의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오늘 일은 좀 특이하기도 했다.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화물차나 덤프트럭의 무게를 측정하는 기계를 설치하는 곳에 콘크.. 더보기 이전 1 2 3 4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