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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22) 퇴고하기, 피드백 받기 " 이 글은 2020년 8월 29일 토요일 한겨레 18쪽에 연재된 글입니다." 책을 쓰는 일이 시작부터 끝까지 다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퇴고 단계는 특히 더 그렇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친 단행본 한 권 분량의 초고는 저자의 에고를 응축한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거기에 날카로운 톱과 칼을 들이대 뼈를 잘라내고 살을 발라내야 하다니, 결코 쉬운 일일 수 없다. 가끔 나는 퇴고를 잘하는 작가는 인생도 현명하게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글의 착상이나 취재, 집필과 달리 퇴고만큼은 인격과 관련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퇴고를 잘하려면 자기감정을 잘 다스리고 냉정해져야 한다. 참을성도 있어야 하고, 자신과 자신의 작업물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줄도 알아야 한다. 타인의 조언과 비판에도 귀를 열 수 .. 더보기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19)논픽션 쓰기 -1.논픽션 기획과 문제의식 논픽션은 정의 자체가 애매한 분야다. 애초에 '논픽션'이라는 명명과 분류 자체가 문학비평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20세기 들어서 미국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 집계를 하면서 나왔다. 소설 같은데 소설이 아닌 책들을 한 데 모으고 거기에 '논픽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것이 '논픽션 문학'이라는 자의식으로 발전했다. 이름의 역사도 짧고 편의적인 분류에 기원이 있다 보니 오해가 많다. 심지어 문학이론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픽션이 아니면 전부 논픽션'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이 규정을 받아들이면 논픽션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고, 관습적으로 불러온 대상과도 맞아떨어지지 않게 된다. 교양서적, 실용서적은 전부 논픽션인가? 사전이나 영어 회화책도 논픽션으로 봐야 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논픽션을 '소설 같은 .. 더보기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17)에세이 쓰기 - 4.감추기의 기술들 '좋은 에세이를 쓰려면 자신만의 개성을 가꾸고 솔직히 잘 드러내야 한다, 좋은 글에는 개성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를 하면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몰래 하던 불온한 생각,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사적인 사연, 지인들에 대한 품고 있던 원망 등등. 그런 질문을 받으면 먼저 내 사례를 든다. 어지간히 솔직히 에세이를 써도 별일 안 일어난다. 자기와 생각이 비슷하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뭐 이따위 생각을 하느냐며 불쾌해하는 독자도 있다. 지인 중에는 "그랬어?" 하면 재미있어하는 이도 있다. 그게 전부다. 결국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비율은 에세이를 쓰기 전이나 후나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마음 깊은 곳을 드러내는 데 대한 예비 저자들의.. 더보기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16)에세이 쓰기 - 3. 내 마음의 모양 알아차리기 영국 팝스타 스팅의 노래 중에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라는 명곡이 있다. 영화 의 주제가였던 바로 그 노래다.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내 심장의 모양'이나 '내 마음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 회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의 모양 알아차리기'다. 에세이의 핵심은 저자의 개성이며,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고 키워야 에세이를 잘 쓸 수 있다고 지난 회에서 설명했다. 그런데 개성이라는 단어는 오해를 많이 사는 듯하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처럼 쓰이기도 하고, 통통 튀는 말솜씨라든가 특이하고 강한 성격과 연관되기도 한다. 그런 오해를 막기 위해 '마음의 모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우리는 모두 마음의 모습이 다른데, 자기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이라도 아는 사.. 더보기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15.에세이 쓰기-2.왜 솔직하지 못하는가 젊은 기자들이 모이면 저마다 자기 출입처에서 일어난 사건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인 것처럼 과장하고 으스댄다. 그런데 사실 기자들조차도 다른 부서 출입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화 자체가 잘 안된다. 왁자지껄하다가 결국에는 방송 연예 담당 기자에게 좌중의 관심이 쏠린다. 누구 만나봤어? 누구는 정말 예뻐? 무슨 루머는 진짜야? 정작 방송을 담당하는 기자 동기는 자기 일이 그다지 재미없다고 푸념했다. 기자가 화려한 스타를 만나 인터뷰하는 것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 제작 발표회나 시사회 같은 홍보 행사에서다. 스타들은 자신들이 딱 보여주고 싶은 만큼만 보여주고, 조금이라도 논란이 있을 만한 이야기는 삼가려 한다.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질문에도 "감독님께서 이러저러하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