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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매일 '5분 쌓기'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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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08일 화요일 한겨레 21면 하단에 실린 글입니다."

Q. 맞벌이 부부입니다.

친정어머니가 8살 아이를 봐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학교에 보낸 것도 몇 번 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보가 많은 시대라 오히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스럽습니다.

 

A.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다양한 교육형태가 생기고 있습니다.

개인들은 그 변화에 발맞추어나가야 살아남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그 변화에 적응하도록 아이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거나 

그런 마음으로 여러 사교육에 노출시키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교육적 접근에는 여러 방향이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노출되어야 적응력 있는 아이로 자란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내용물은 큰 그릇에 담을 수 있고 작은 그릇에는 담기 어려운 것처럼 아이의 근본적인 그릇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릇을 키운다는 의미는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부모와 잘 지내고 나아가서는 또래와 잘 지내고 사회와 

잘 어울릴 수 있는 건강하고 조율된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20개월인데 부모의 눈치를 보고 부모에게 맞춘다거나, 8살인데 모든 것을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거나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공격을 한다면 아이의 그릇이 제대로 키워지고 있지 못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릇이라는 의미는 인내력과도 연결되고 사회와의 조율감과도 연결됩니다.

인내력은 앞서 칼럼에서 언급했던 아이들의 '인내의 창'을 넓혀주어야 하는 것이고요.

조율감은 아이가 조율된 반응을 경험할 수 있도록 부모가 안정되고 편안한 반응을 해주셔야 합니다.

표현은 어렵지만 이런 아이로 키우려면 일단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어야 하는데요.

자존감은 스스로에 대해서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아이들은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 자신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높아지고 실수를 했을 때도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다음에는 잘 해낼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답니다.

그럼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해주는 거예요.

맞벌이가 늘고 아이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엄마 아빠가 퇴근 후 아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먼저 

언급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예를 들어 "이는 닦아니? 밥은 골고루 먹으랬지. 숙제했어? 온라인 수업 잘 들었어? 집이 이게 뭐니?" 뭐 이렇게들 하시지요.

이러다 보면 정작 더 중요한 아이의 마음이나 욕구를 놓치기 쉬워요.

들어오자마자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꼭 안아주고 5분 정도는 아이와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우리 누구는 어떤 하루였나?" 아이가 종알거리는 것을 잘 들어주는데요, 부모는 귀를 열고 입은 닫고 눈은 크게 뜨고

어깨는 아이를 향하고 키는 아이에게 맞추고 잠시 머물러주세요.

5분이지만 아이는 엄마 아빠랑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흐뭇하고 자기 자신의 말이 잘 들어진다는 것에 

아주 신나서 떠들 거예요.

초기에는 이런 시간이 처음이라 아이가 말이 많아지거나 혹은 말이 없어지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아이는 부모님의 상태나 상황에 따라 조율해서 이야기하게 된 답니다.

그리고 점점 자신이 존중받고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이미 커서 어린 시절을 놓쳤다고 아쉬워하지 마세요.

지금부터, 이 글을 읽는 순간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고 저러다 말겠지 하던 청소년기 아이들도 엄마 아빠와의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 이 시간을

기다리게 되어요.

그리고 본인이 힘들 때 부모에게 다가와서 이야기하고 싶어 한답니다.

이렇게 자존감이 높아진 아이들은 무언가를 잘 해내고 싶어 져요.

여기까지는 일차적 그릇을 넓히는 데 성공한 셈이에요.

이제 부모님 이 아이가 그 그릇에 무언가를 담기도 하고 담다가 흘리기도 하는 과정을 옆에서 잘 견뎌주면 되는데요.

담았을 때 칭찬하고 흘렸을 때 비난하는 게 아니라, 담고 흘리고 좌절하고 이런 순간들을 함께하면서 

힘을 북돋워주고 기다리는 게 중요합니다.

대신 담아주지 말고 아이가 해낼 수 있도록 기다리고, 너무 무거운 것을 담으려고 하거나 무거울 것 같아 좌절하고

있다면 좀 더 가벼운 것으로 바꾸어주면서 아이가 해나갈 수 있도록 기다리는 거예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부터 경험하면서 아이 스스로의 근육들을 키워나간다고 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이렇게 되면 아이는 자존감도 높아지고 견디는 힘도 커지고 옆에서 견뎌준 부모님과의 신뢰성이 좋으므로 

또래와도 신뢰성이 높아져서 사회적으로 조율된 마음으로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해나가게 된답니다.

질문하신 분의 아이처럼 8살이면 더 좋겠지만 청소년기 아이들도 가능한 일이니 늦었다고 고심하지 말고 

매일매일 아이와 '5분 쌓기'를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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