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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상

잔디 입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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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

멧돼지들이 파헤쳐 놓은 곳들에 잔디를 심기 위해 한 달 만에 찾은 나의 동네.

어머니가 사셨던 종중재실 앞마당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음을 표시라도 내듯,

풀들로 들판이 되어 버렸다.

빨리 누군가 들어와야 할텐데...뭐든 사람의 관리와 손이 가야 한다.

 

그나마 덜 무겁게,

비닐봉지를 두 개로 잔디 3묶음씩을 나눠 담았다.

동네 친척 아주머니에 맡겨 놓은 삽과 호미, 모종삽을 차에 실고 차가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와

낑낑 대고 산으로 향한다.

오전 날씨는 햇빛과 바람이 함께 해서 힘은 들었지만 땀은 나지 않았다.

세 번정도 내려놓았다를 반복.... 드디어 도착.

 

멧돼지의 흔적들....ㅠㅠ.

도대체 너희들 왜 그러니거니...?

3~4년까지만 해도 묘를 파헤치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간혹 밭에 농작물들에 피해를 입히거나 길가에 출몰하는 정도였는데.

개체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인가...아님 이젠 산에도 먹이가 없는 것인지.

그들 또한 사람의 세상으로 내려오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겠지.

그래... 그들도 이유가 있겠지.

 

올라오는 것보다 햇빛을 직격으로 맞아가며 잔디를 심는 것이.... 땀이 더 나는 것 같다.

어머니에겐 제가 심는다고 하며,

오랜만에 오신 길 둘러보시며 고사리를 꺽으시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아이들과 함께

고사리를 한 주먹 넘게 꺽으셨다.

나이도 있으시고 무릎도 안 좋으셔서 올라오는 내내 힘들어하는 어머니.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아이들만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묘와 화장에 대한 견해가 다르겠지만,

나는 이 묘를 내가 할 수 있는 한 지키고 관리를 해야 한다 그리 생각하지만

내 아이들은 어떨지.

한편으로,

이 짐들을 아이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 시간이 많지만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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