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아내와 딸은 딸의 친구와 친구 엄마를 만나기 위해 놀이터에 나가고,
침대에서 뒹구는 아이들을 어머니 집으로 쫓아? 내고... 오로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벼르고 있던 내 최애의 영화 '그랑 블루'를 감상한다.
아마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였으니 94년 1월 겨울이었던 것 같다.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노래방에서 영업이 끝나고 나를 포함해 세 명이 보게 된 영화였다.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친구의 추천...아닌 영화를 공부하는 친구의 형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보게 된 그랑블루.
그리고 그 이후로도 몇 번을 봤던 것 같다.
위의 포스터만 봐도 영화 제목이 떠오르고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액자 하나 걸려 있을.... 나 또한 결혼 전까지 책상 위에 작은 액자가 걸려 있었다.
영화의 영상도 아름다웠고 내용도 깊게 남아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기도 인상 깊었던 건,
주인공 마크 자욜역의 '장 마르크 바르'의 순수한 그 얼굴, 표정을 한동안 잊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가장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간 그 바다가,
증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 소년에겐 그 반대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그 곳의 생명체들은 가족이 되었다.
인생에서 엔조와 같은 친구가 있다면...
엔조에겐 마크는 친구이자 형제이며 때론 경쟁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난 마크가 느끼는 엔조에 대한 의미, 관계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이들의 생에 있어,
한번 만날수 있을까.... 아니 대부분 그렇지 못할 것이다.
한눈에 반해 그곳이 어디든 갈 수밖에 없고,
너무 사랑하기에 놓아줄 수 밖에 없는 그 여자, 그 남자.
영화로만 생각하고 싶지만,
만약 현실에 이런 남자가 있다면...
조안나에 있어 마크는 최악의 남자일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 본다.
매번 볼때마다...
내내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드는지... 모르겠다.
마크에겐 저 바다, 저 돌고래가 어떤 의미, 존재일까?
사랑하는 사람까지 홀로 내버려 둔 채 떠나야 할 정도로 그에겐 그토록 소중했던 것일까.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를 생각하면 머릿속에 맴도는.... 무언가.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그 어떤 대상을 저리도 사랑하고 몰입했던 적이 있을까.
그리고,
영화적인 시각에서만 생각한다면
이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다볼 수 있는 마음으로 나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랑 블루의 주인공...마크 자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