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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상

인연의 끈 - 군대 2주 고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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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카카오톡 아니면 카카오스토리에 내 주민등록상 생일이 떴었나 보다.

올 초에 통화를 하고 요즘 잊고 있었는데 '군대 2주 고참'에게서 전화가 왔다.

생일이냐며 전화를 했는데 그거 가짜 생일이라고 이야기했더니 웃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며, 내가 올라가던지 네가 천안으로 내려 오게 되면 꼭 연락해서 보자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오래된 인연이다.

95년 군에 입대하고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자대 배치를 받고 자대배치를 받자마자 GOP에 들어가게 되어서 이 형을 알게 된 건 95년 후반기 주둔지로 복귀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또한, 다른 소대여서 잘 모르다가 중대 행정반으로 차출이 되면서부터 그 인연이 시작된 것 같다.

오랜만에 행정반이라는 단어에 여러 가지 추억들이 떠 오른다.

 

동네 아저씨 같았던 행정보급관.

그렇게 우리 행정반 멤버들을 못 쌀게 굴고 했던 중대장.... 아, 지금 생각만 해도 화가 나네....ㅎㅎ.

이 중대장 하고는 그런 일화도 있다.

96년도인가 많은 비가 내렸던 여름, 비로 인해 , GOP 철책이 무너져 우리 중대가 그 철책을 복구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행정보급관이 행정반 인원들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저녁 식사 때 포도 몇 송이를 갖다 주셨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 포도를 우리끼리 먹다가 중대장에게 걸리고 말았다.(지금은 안 그러겠지만 그 당시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먹는 것에 참 예민했었다)

포도를 먹는 모습을 본 중대장의 얼굴이 확 바뀌는 걸 보면서 아~~~ 우린 모두 큰일 났다 생각을 했다.

하필이면, 그다음 날 그 큰일의 주인공이 내가 당첨? 되어 마대에 흙을 가득 남아 하루 종일 그 마대를 메고 그 험난한 GOP 철책길을 왔다 갔다 했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ㅠㅠ.

행정반에는 교육병, 통신병, 보급병, 병기 화학병 그리고 처음 생긴 워드병이 있었는데 훈련을 나갈 때마다 이리저리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빠져나갔던 교육병.. 그 고참도 생각이 난다.

어디를 가나 이런 사람 꼭 있다... 지금도 여전히 뺀질되고 있는지.... 궁금타..ㅎㅎ.

지나고 나면 추억이라고 했던가.... 그냥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천안에서 세 딸의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는 이 형.

제대하고 나서도 같이 운전면허증도 따고, 복학할 때까지 구로공단에서 같이 일하기도 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도 서로 연락하고 만나기도 했었는데, 10년 전에 고향으로 내려가서 여러가지 일을 하다 최근엔 버스운전을 하면서 형수 일을 돕고 있다고 했다.

한참 얼굴을 못 봐서 보고 싶다.

제대 후에도 몇 번 행정반 후임들과 만나긴 했어도 이렇게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은 이 형이 유일하다.

좋은 일들도 많았지만 그 시절 힘든 일들을 같이 겪고 공유하면서 제대후에도 꽤 오랜 시간 같은 공간, 환경에서 생활을 해 와서 그렇지 않나 싶다.

 

형이 올라오긴 힘들 것 같고,  시간 맞춰서 아이들과 아내를 데리고 천안으로 가야겠다.

형도, 형수님도, 조카들도 보고 싶다.

 

형...!! 잘 지내고, 우리 모두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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