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있는 얕은 산이라 가끔씩 오르곤 했는데, 오를 때마다 맨발로 걸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의아해했는데 그 연유가 있었다.
추석에 올라온 기사엔 동네 주민 박성태(73) 어르신께서 전립선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맨발로 금대산을 걷기 시작해 암을 완치했다는 기사였다.
그리고, 나 또한 이 분을 뵙던 기억이 있는 것도 같다.
맨발로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그래서 이 금대산이 명소? 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과 정신을 더 강하게 만들고, 마음과 정신이 탄탄하고 곧으면 몸으로 전달돼 꾸준한 몸 관리를 만들게 하는 것 같다.
아마도... 이 맨발 걷기가 좋은 효과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맨발로 걷는 건 생각하고 있지 않다가 이 기사를 읽고 나도 한번 맨발로 걸어봐야지 생각을 했다.
요즘엔,
별다른 이유없이 그냥 '건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금요일 저녁에 내린 비로 미루었고 오늘 이른 아침 금대산으로 향해 본다.
덕소고, 벽산블루밍에서 오르는 길과 팽현숙 순대국에서 오르는 길 두 곳이 있는데, 오늘은 처음인지라 대략 가운데 지점인 집 앞 약수터에서 시작해 팽현숙 순대국으로 내려올 참이다.
항상 약수터에서 오르는 길이 정비가 안돼서 위험하기도 불편했는데 얼마전부터 계단 데크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평지가 아닌 산에서 하는 공사라 더디기도 하고 기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 같다. 완공되면 좀 더 편하게 오르지 않을까.
매일 맨발로 걸으시는 분들은 시작하는 곳에다 신발을 벗어 놓고, 장소는 있으신 것 같은데 난 처음이니 신발을 들고 걷기로 한다.
이렇게 맨발로 걷는 건 몇 십년만이 아닌가 싶다..ㅎㅎ.
젊은 분들보다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으시고 이른 시간임에도 지인분들과 함께 또는 혼자 걷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셨다.
"발은 제2의 심장, 당신의 건강은 발에 있습니다." 쉬는 의자 옆에 이렇게 푯말로 만들어 걸어 놓으셨다.
맨발로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지압이 되며 더 혈액순환이 잘 되며.... 보통, 발 관리는 잘 안 하고 있는데 말이다.
어떤 분들이 갖다 놓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곳곳에 길을 쓸게끔 빗자루들이 있다.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미세한 돌 알갱이들 느껴지고, 비에 젖은 촉촉한 흙이 발바닥 피부로 전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돌맹이들로 힘주었던 발바닥을 빨리 내 딛기도 한다.
약수터에 팽현숙 순대국으로 가는 방향의 길은 거의 평지라고 해도 무방하다면, 벽산 블루밍/덕소 고등학교로 가는 길은 그에 비해 경사가 있는 길들이 꽤 있다.
일반적인 산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89m 높이의 얕은 막 한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산책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높이이자 산책길이다.
오솔길을 걷는 기분... 이 산엔 여러 종중이 지분을 보유한 산이라 무덤이 많기도 하다.
천천히 걷다 보면 시작과 끝점이 되는 철제 계단으로 내려오는 길인데, 나무의 뿌리들이 땅 위로 드러나 있어 왠지 나무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흙을 덮어 준다고 해도 비 한번 싹 쓸려 내려갈 것도 같고....ㅠㅠ.
처음이라 반 정도를 걷긴 했는데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개운함이 있는 것 같다.
어제,
병원에 갔다 오면서 어머니에게도 말씀을 드렸는데, 점점 좋아지고 계시지만 더 괜찮아지시면 주말엔 같이 맨발 걷기를 하자고 했는데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