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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영화

4. 한강장편소설 - 그대의 차가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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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차가운 손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두 번째 장편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 1993넌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시가,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이번 소설에서 '라이프캐스팅'(인체를 직접 석고로 떠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를 화자로 등장시킨다. 그 조각가가 바라보는 두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라이프캐스팅 작품과 어우러지며 다소 낯설고도 묘한 흥미를 자아낸다. 5년 전 늦은 봄 K시에서, 그리고 이듬해 9월 인사동에서 '나'는 특별한 느낌을 주는 손을 잡고 있는 남녀의 형상, 그리고 거대한 손의 형상을 한 작품을 우연히 보게 된다. 다시 해가 바뀌고 이른 봄. 후배 선영이의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에 갔다가 연극의 소품으로 쓰인 한 조각작품에서 '나'는 또 한번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저자
한강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02.01.18

 

한강작가님의 다시 읽기 4번째 책, 그대의 차가운 손

뒷장을 보니 2002년 2월 7일에 읽었으니 시간상으로는 20년이 살짝 넘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새록새록 다시금 그 이야기가 더듬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빠져 들어 비 오는 일요일 오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야기속의 이야기, 이런 소설 구성형식을 액자형 구성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주인공이 또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를 엿보듯,

주인공 작가는 이모 병문을 갔다 우연찮게 전시회에 들리게 되고, 그곳에서 이상하게 끌리고 의문으로 가득 찬 조각상을 만난다. 그리고 후배의 연극에 초대되었다 뒤풀이에서 그 조각상을 만든 조각가를 만나 그 의문의 '왜' (그런 조각상을 만드는 이유)를 묻게 된다. 우역곡절 끝에 그 조각가 동생에게로부터 그 '왜'라는 질문의 '자기 고백서'와 같은 글을 받게 되는데......

 

소설속에도 등장하는 단어, 껍데기.

껍데기와 껍질은 다르다.

겉을 싸고 있는 부분이 단단하냐, 단단하지 않느냐에 따라 껍데기와 껍질로 불리어진다.

신체 일부을 석고로 본을 뜨는 작업(라이프캐스팅), 그리고 그 본에 다시 석고를 부어 본연의 형태를 만드는.... 그건, 대상이 무엇인가에 상관없이 그 대상의 껍데기를 만드는 것일까?

껍데기란 무엇인가?

예를 들면......뭐, 계란.

내용을 감싸고 있는 계란의 껍데기가 아님, 그 껍데기 속에 감춰진 내용물이, 아님 그 내용물과 껍데기가 합쳐진... 어떤 것이 계란의 진짜 모습일까... 그냥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다른 시선에 신경을 쓰느라 제 모습이 아닌, 타인의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니 때로는 내 진짜 모습을 헷갈리때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때론,

당당함속에 가려진 불안감을 감추려고 애써 태연한 척,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큼은 진실된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데 직업적인 특성 때문에 그 사랑하는 사람들한테까지도 그 직업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 우아함과 세련됨이 나의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태도라면..... 어쩜, 우리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라이프캐스팅 작업에선 석고가 굳어가면서 발생하는 열(화상을 입진 않는다고 한다)과 조여움이 있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내 신체일부가 혹은 얼굴을 뺀 내 신체에 석고가 발라지고 굳어가면서 그 속에서 열과 꽉 쪼여지는 느낌 그리고 그 갇힌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난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이야기속에서는 그 라이프캐스팅 작업 후 전혀 다른 모습, 본연의 그녀들로 되돌아온다.

그로 인해 희망과 불행, 상처 그리고 회복이라는 과정도 보여지기도 한다.

라이프캐스팅 작업으로 인해 그들 혹은 그녀들이 가졌던 타인들의 원하는, 그리고 감추려고 했던 가짜의 껍데기를 벗어 낼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선 진짜의 모습으로 나타난 조각가와 E의 모습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채 주인공 작가만 알아보게 된다.

껍데기를 벗어 버린 그와 그녀는 정말, 진실되게 행복할까...?

 

평론가도 아니고,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책 내용과 상관없는 주제, 이야기를 상상하곤 한다.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것에 대해 몇 시간 또는 며칠을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 행복하다.

그래서일까,

다른 장르보다 소설을 더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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