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전에 읽었던 책도 몇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책의 내용이 대략적으로 생각이 났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그러하지 못했다. 맨 뒷장에 쓰여진 날짜, 다 읽은 날짜를 보니 2010년 3월 19일 첫째가 태어나기 두 달이 안 되는 시점이었다. 왜 그랬을까....? 기억나지 않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바람이 분다, 가라.
'바람이 분다'는 자연스런 현상이요, '가라'는 너의 길을 찾아 떠나라와 같이 자의보다 타의에 떠밀려 가는 또는 명령 혹은..... 두 개의 문장이 상충되기도 하지만, 이 소설과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각자 읽기 나름이겠지만 나에겐 그 자연스러운 현상이 서인주이며, 고집과 무모함, 순종이 이정희와도 같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을 읽고 나서 두 단어. 왠지 모르게 난, '굴레'와 '숙명'이라는 단어가 떠 올랐다.
굴레
1. 말이나 소 따위를 부리기 위하여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
2. 베틀에서, 바다집비녀 옆에 바디집을 걸쳐 매는 끈.
3. 부자연스럽게 얽매이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삶의 굴레)
숙명
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 또는 피할 수 없는 운명.
서인주라는 그녀에겐 끝내는 그 마지막이 숙명처럼 정해져 있었던 걸까.....?
이정희는 서인주라는 굴레에서 영원히, 죽을때까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서인주의 외삼촌,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삼촌으로 영향을 받은 이정희의 물리학에 대한 개념과 지구와 우주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래서 도입부가 어렵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검은 사슴'의 전개와도 흡사한 인영과 명윤이 의선을 찾아 떠나는 과거의 여행처럼, 현재에서 과거로. 서인주와 이정희를 지나 서인주의 어머니까지 연결된다.
어떠한 현상이나 결과 혹은 마침은, 그 원인이 있기 마련인데 사람에게서 일어나고 발생되는 현상, 결과, 마침은 내 가족 특히 부모와 연관성이 높다. 부모에게서 받은 영향, 그 부모를 향한 마음과 그 영향으로 비롯된 사건들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되고 느껴지기도 한다...ㅠㅠ.
인주는 왜 그랬을까...? 어머니가 8세에 겪어던 미시령 고갯길 죽음의 문턱에서 그 어머니를. 어머니를 미워하면서도, 미워한다는 표현이 맞을진 모르겠지만 그 어머니를 이해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미시령에서 그녀는 죽었다.
의도적이었던, 의도적이지 않았던 내 삶의 방식 혹은 성향 때문에 내 아이들이 나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안 좋은 단점들이, 아이들에게 나는 아빠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란다. 무의식적으로 닮아가질 않길 간절히 바란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좋은 점보단 나쁜 점을 더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부모들이 어떻게 삶을 대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부모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삶이 주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편이 무거워진다. 나의 어두운 부분들이 아이들에게만큼은 이어지길 않기를...... 읽고 나서도, 인주와 정희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