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려온 세 번째 책. 대여기간이 2주에 두 권을 읽으려고 하니 약간 벅차다. 이제는 2주에 한 권으로 해야겠다.ㅎㅎ. 작가소개를 보니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직업?, 취미를 갖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윤고은이라는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고 생각이 드는데, '무중력증후군' 장편소설은 낯설지가 안다. 그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윤고은 - 소설가. 라디오 디제이. 여행자. 지하철 승객. 매일 5분 라이더. 길에 떨어진 머리끈을 발견하면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사람. 책이 산책의 줄임말이라고 믿는 사람. 소설집 <1인용 식탁>, <알로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과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과 <밤의 여행자들>, <해적판을 타고>를 썼다. 라디오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진행하고 있다.
사람에겐 몇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는 이유기로 첫 페이지는 시작된다. 정말, 겉모습이 아닌 내 내면에 있는 또 다른 자아. 그 자아가 상황에 따라 몇 명이 존재할까 궁금해진다. 내 기준으로도 꽤 많다 싶다는 생각이 든다. 쫌 괴짜의 자아지만.
그리고, 4개의 장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일상에서 각자가 가진 성격, 취향들에 대한 이야기, 미금역에서 주엽역으로 방송을 하기 위해 지하철안과 밖의 풍경들을. 여행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과 이야기,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사소하게 느끼는 감정들을 일기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1. 빈틈을 키우고 있습니다
2. 출근길, 일단 타고 봅니다
3. 그 여행의 기념품은 빈틈입니다
4. 빈틈을 기록합니다
책 제목의 '빈틈'이라는 단어가 여러가지 형태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빈틈은 여유로움 혹은 어떠한 대상이나 현상들을 바라보는 자유로움인 것 같다. 틀에 꽉 차버린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공간에 어찌어찌해서 작은 틈 하나가 생긴다. 그리고 그 틈을 통해 무의미한 행동이나 생각에 의미를 두는 것처럼.
예전에도 어떤 글에 쓴 것 같은데, 작가란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떠한 대상이나 그 대상들이 만들어가는 현상들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한다.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하루들을 자세히 보고 느끼는 분들이란 생각이 든다. 매 시간 어떤 마음으로 이 시공간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의미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상행선 열차의 근접 신호-벨소리를 들으면, 신호를 이렇게 미리 보내는 것들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랑도 나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어, 또렷한 신호를 주면서 들어오지 않고 어떤 슬픔도 나 지금 그쪽으로 갈 거야, 몇 시 몇 분에 널 태우고 갈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부분 아무 기척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우리는 그 안으로 흡수된다.
사랑과 이별, 행운과 불행이 미리 신호를 보내는데도 우리가 알아챌 수 없다면, 그건 우리 삶 너머의 주파수라는 얘기가 된다. 어떤 사람들은 그 신호를 감지하고 싶어 하지만 인간의 귀와 피부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또렷한 신호를 보내는 씩씩한 고철 덩어리, 우리의 지하철이 얼마나 만만하고 든든한가. 심지어 내릴 곳도 성실하게 안내해 주니까.
page 142~143."
내 맘에 일고 있는 감정의 신호를 보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그 신호를 수신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정작, 그 신호를 받았는지 알 수 없을지라도.
반백년을 맞이하는 시기가 가까이 오고 있음일까?. 힘들다. 그 마음의 신호를 수신하지 못할 것 알면서도 자꾸 아버지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버지.... 제가 좋은 방향으로 가는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