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 것 아니다.
동네 유일의 서점에서 내가 읽고자 했던 '너무 한낮의 연애'가 없어서 차선으로 택했던 책이었다.
경애의 마음.
처음에 드는 생각이 '경애의 마음이 어떻길래 그럴까?'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오니 와이프가 책 제목을 보고도 '경애의 마음이 어떻테'라고 물어본다.
나도 아직 잘 모르는데.
처음에는 안상수라는 사람과 박경애라는 사람에게 집중이 되질 않았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그 사건.
1999년 인천 인현동 화재사건이 등장하고 그때부터 집중하기 시작해 손에서 책을 뗄 수가 없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그 사건이 내가 기억하는 사건이었고,
그저 그런 화재사건으로만 기억하고 살다가 그 화재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고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술값을 받기 위해 나가지 못하게 막거나, 문을 잠그고 혼자만 탈출을 할 수 있을까?
죗값을 치르고 목회활동을 통해 과연 그 젊은 아이들의 죽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을까.
그 둘의 연결고리인 은총이는 빠져나오지 못했고,
그 은총이를 기억하고 운 좋게 살아남았다는 미안함과 제일 친한 친구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던 그 소녀와 소년.
그리고,
그 둘은 만났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에서도.
우유부단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한 남자와 자기만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는 여자.
포기하고 주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그 남자는 용감? 하게 커밍아웃을 하고,
알아주지도 않는 1인 시위를 통해 꿋꿋하게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여자.
그 '경애'라는 단어는.
이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또,
'敬愛'라는 누군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그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 남자와 그 여자.
그 남자에게 그 대상은 그 여자이며,
그 여자에게 그 대상은 그 남자인 것처럼.
은총의 집에 우연히 방문한 경애.
간이 맞지 않은 수제비를 끓여주신 할머니와 손님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일에 몰두하는 식구들과 그 챙김을 받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느끼는 경애의 일상들이 그 시절 왠지 낯설지 않은 풍경인 것 같아서 지금도 우리네 삶이 그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 씁쓸해졌다.
부디,
그 만남이 오래.... 좋은 결실이 되길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바란다.
2018년 작품이니,
결혼했을까...?
상상해 본다.
좋은 작가님을 만나, 알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디테일하면서도,
사실적인 서정적인 표현,
온도로 사람들의 감정,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또 읽고 싶어 진다.
다음은...........'너무 한낮의 연애'가 될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