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 달만의 외출이다.
업무적으로 관련된 일이라 가벼운 마음은 아니지만 주변의 가을 풍경을 두루 볼 수 있어
무언가 확 트인 느낌이다.
이렇게 외근을 할 때면,
졸음운전도 피할 겸 그동안 전화하지 못했던 친구들, 자주 연락하지 못 했던 절친들에게 전화를 한다.
#친구 1
추석 지나고 친구에게서 친구 1이 다쳐서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여태껏 전화를 못했다.
좀 바빴다.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지내냐.. 어디를 다친 거야 물으니,
왼쪽 엄지손가락 신경과 동맥? 부분이 잘렸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쳐서
이으고 깁스를 했다가 지금은 푼 상태라고 했다.
아직 왼쪽 손에 힘을 줄 수 없는 상태라 당분간 쉬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진다.
올초에도 무릎을 다쳐 몇 개월을 고생했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되묻는다.
그 정도로 다행이라고 위로를 하며, 몸 괜찮아지면 얼굴 함 보자며 전화를 끄는데 마음이 안 좋다.
#친구 2
절친이다.
자주 전화를 통 하하는 친구다.
오늘은 어디에서 일하냐고 물으니 '수동'이라고 한다.
이 친구는 중장비를 하는 친구인데 오늘은 기분이 썩 안 좋아 보인다.
이유인즉,
중장비가 갑자기 시동이 꺼져 A/S를 불렀더니 다시 시동이 걸리고 그 기사는 전선에 테이프만 감아주고 출장비와 함께
20만 원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웃으면서.... 바꿔... 그 친구는 포클레인 한 대가 얼만데 하며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내년 다산으로 언제 이사 오는 거야?"
"모르겠다.. 못 갈지도 몰라"
"왜?"
"성남으로 갈지도 몰라. 부동산 정책이 바뀌어서 재개발지역도 실거주를 해야 한다고 하네"
"그럼 가면 되잖아!! 성남에서 출근하는 거 그렇게 시간 많이 걸리진 안찮아?"
"그러긴 하는데. 내가 가기가 싫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냥 '똑똑한 집" 한 채만 있으면 돼라고 말하며 전화종료 버튼을 누른다.
#친구 3
또 절친이다.
가끔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점심을 먹으로 그가 일하는 곳으로 가는 정도의 가까운 친구다.
친구 중에서 제일 잘 맞고 정치적 성향이나 다른 부분까지도 비슷하다.
부모님의 안 좋은 무릎 이야기를 하다가,
"독감 주사 맞았니?"
"오늘 점심시간에 맞고 왔어."
"나도 맞아야 하는데 요즘 얼마나 하지"
"요즘.... 4만 원 정도 하는 것 같은데... 우린 좀 싸게 맞고 왔어"
"그래... 좋겠다. 우린 돈이 없어서 못 맞고 있어...ㅎㅎ"
친구가 웃는다... 장난해하며.
"돈 없다는 이야기하지 마... 전화로는 이야기 못하고 다음에 점심 먹으러 오면 이야기해줄게."라며 여운을 남긴다.
하긴,
많이 벌어도 적게 벌어도 없기는 마찬가지인 게 돈인 것 같다.
조만간 시간 내서 점심 먹으러 간다는 이야기로,
오늘 전화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