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즘엔 활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일'적인 부분들이 바빠서 이기도 하지만 어떤 끌림이 덜 해진 것 같다.
왜... 일까.?
5월에 구입하고 앞부분을 읽다만 김연수 작가님의 '일곱 해의 마지막'을,
비오는 일요일에 읽어 본다.
책만 읽으려 하면 눈꺼울이 자꾸 밑으로 내려오고 고개는 자꾸 까닥까닥하는지... 참 신기하다.ㅎㅎ
시보다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해방전후의 작가, 시인은 교과서에 나오는 분들 아니면 잘 모르는 편이라.
이 소설책을 접하면서 '백석', '백기행' 시인님을 흐릿한 기억속에서 다시 만난다.
오늘,
백석시인님의 시 한 편 찾아보리라.
해방 전후를 통해,
많은 분들이 체제, 사상, 이념때문에 분열과 고통을 받았다.
그리고,
남북으로 나뉘어지면서 그 분열과 고통은 더 커져갔을 것이다.
그 체제와 사상에 순응하면 살아남고 순응하지 못하면 배척되거나 제거되고
나와 다른 이념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죄가 되었던 시대.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어느 시인의 이야기이다.
그 체제를 찬양하는 글을 쓰느냐 아니냐에 따라 집필 여부가 판가름되고,
생계까지도 위협받는 상황까지 처해지는 시인은 러시아 번역을 하게 되는데
그것조차도 쉽지가 않게 된다.
이 체제를 믿고 월북한 동료들이 제거되는 모습을 보며,
제일 가까운 동료가 제일 먼저 체제 찬양가를 쓰며 변절하는 모습을 보는 시인은
배신감과 함께 제거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을 것이다.
"반면 기행은 좀 변했다.
마흔 살이 지나면서부터 만사가 허무해졌고, 술이 늘었다.
따저보니 인생은 전반적으로 실패였다.
원했던 삶이 있었는데, 모두 이루지 못했다.
시인으로 기억되지도 못했고,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지도 못했으며,
시골 학교의 선생이 되지도 못했다. page83"
"해와 달의 이야기를 할 때.
상허의 얼굴에서 잠시나마 표정이 사라졌다.
기행은 그 무표정이 반가웠다.
잘 모를 때는 그 무표정이 까끈한 성격에서 기인하다고 여겼으나 상허가 조금 이상해지고 난 뒤부터는
그게 얼마나 인간적인 표정인지를 기행은 알게 됐다.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있는 것, 어떤 시를 쓰지 않을 수 있는 것, 무엇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고차적원적인 능력은 무엇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었다.
page85"
그리고,
문학이 어떠한 체제와 손을 잡는 그 순간 문학으로서의 의미가 없었진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에.
그 체제에 대한 찬양... 시를 쓸 수 없는 시인.... 그는 시인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행은 당의 바램에 부흥하지 못한 채,
삼수 협동조합으로 파견되는 조치를 받게 된다.
활자로 된 시는 정작 쓰고 있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 분명 시를 쓰고 계셨을 것이라 믿는다.
이 세상 살아가는 것....
민주주의, 사회주의, 진보, 보수, 좌익, 우익에 상관없이 그 신념들을 인정하고
무조건 비판, 반대, 공격하지 않고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선의의 세상이라면,
그 세상 속에서 각자의 신념 하에 살아간다면.... 우리 내 삶,
"매한가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