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이순원 작가님의 책을 받아 들었다.
한번 책을 들면 내려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갖고 계셔서...ㅎㅎ. 이번에도 책장을 넘기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밤을 새가며 읽었는지 모르겠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이후 30년 만에 쓴 추리소설이라서 그런지 읽다 보면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참을 수도 덮을 수도 없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수 없는 박제사의 직업을 가진 주인공 박인수. 그리고 도입부에 개인적으로 배신감을 갖게 만드는 (후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음에...ㅠㅠ) 임신 테스트기와 의문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 의문의 죽음을 알고자 하는 주인공의 노력과 함께 풀리지 않는 문제가 뜻밖의 실마리로 드러나는데...마지막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만다.
이 책을 앞으로 읽으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이야기는 생략.
박인수가 마주(馬主) 정은영에게 했던 그 어떤 말이 그녀에게 위로가 되었던 것처럼, 소설이라는 분야가 나에게 이따금 위로를 주고 있다.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언제 회차인지는 모르겠지만 허영만 작가님께서 무언가 말을 하자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려고 하는 게스트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검색을 하지 말고 사색을 하세요..!!"라는 농담 섞인 말을 하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상관있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소설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설들을 읽고 나면 며칠 동안 소설이야기의 여운이 남아 자꾸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 여운이 좋다. 그 여운이 내게 아직도 남아 있는 감성적인 부분들을 건들여 주는 것 같아서 그 감성조차 메말라 버린다면 앞으로 남아 있는 삶... 참 무미건조할 것 같은데.... 샘물과도 같다.
해가 질 무렵 한강변을 걷는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삶을 그 사람의 행동을 우린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때론 내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는데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내 기준으로의 짐작이지 않을까.
나였다면 그랬을지도 모르는 예측,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미뤄 생각하는 것 정도이지 않을까.
누군가를 이해하며 산다는 것 어쩜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주인공 아내에겐 가장 힘들고 어려웠지만 동생들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고향이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이며 장소였다.
나에겐.....?
지난 과거의 어떤 장소, 시절이었을까? 아님 현재의 어느 시점일까? 그것도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어느 미래의 어느 날 어떤 장소일까....? 딱히... 그 시간이 떠오르지 않는다...ㅠ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아무런 걱정없던 시절보다 물질적으론 어렵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그 시절을 극복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고 그 누군가와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면, 있다면 그 시절이 더 값진 의미로 살아가는 동안 기억될 수도 있다.
누군가를 이해? 짐작? 해보려고, 그 누군가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절은 언제였을까? 하고 어둑어둑해지는 한강변길을 평소보다 더 많이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