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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영화

2.한강 장편소설 - 검은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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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슴
지난 20년간 문학동네를 통해 독자와 만나온 빛나는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이는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24권 『검은 사슴』. 21세기 한국문학의 정전을 완성하고자 구성한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스물네 번째 작품은 세련되고 충격적인 이미지, 우아하고 힘 있는 묘사, 그것들을 하나로 꿰는 견고한 서사를 바탕으로 등단 이후 줄곧 문단과 독자들에게 강렬한 독서 체험을 선사해준 한강의 첫 장편소설이다. 1993년 등단 후 꼬박 3년간 집필에 몰두해 완성한 이 작품은 치밀하고 빈틈없는 서사와 깊은 울림을 주는 시적인 문장들로 출간 당시 찬사를 받았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검은 사슴’은 깊은 땅속, 좁다란 바위틈에서 살아가는 환상 속 짐승이다. 아름답고 단단한 뿔과 뾰족한 이빨을 지닌 이 짐승의 소원은 평생에 단 한 번이라도 하늘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간절하게 햇빛을 원할수록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그런 검은 사슴의 삶은 소설 속 인물들의 삶과 닮아 있다.
저자
한강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7.12.20

 

15년 만에 그 이야기를 만났다.

다시금,

한강작가님의 출간과 구매하고 읽은 연도와 날짜를 기준으로 두 번째로 읽게 되었다.

출간일과 구매하고 읽은 년도 및 날짜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98년도의 책과 글감검색에서 찾은 책표지는 사뭇 차이가 있다.

지금, 글을 읽고 난 뒤의 느낌으로는 2017년의 책표시가 내용과 잘 맞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그렇게..... 희미한 기억 속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깊은 땅속, 암반들이 뒤틀리거나 쪼개어져서 생긴 좁다란 틈을 따라 기어다니며 사는 짐승이랍니다. 흩어져 있는 놈들을 헤아려보자면 수천 마리나 되지만, 사방이 두꺼운 바위에 막혀 있는 탓에 한번도 자신들의 종족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저마다 자신을 외돌토리로 여긴다지요.

 생김새나 몸집은 사슴 모양인데, 녹슨 바늘 뭉치 같은 검은 털들이 매끄러운 가죽을 뚫고 나와 정수리부터 네 발끝까지 뒤덮고 있답니다. 두 눈은 굶주린 범처럼 형형하고, 바윗돌을 씹어 먹는 것으로 허기를 이기느라 이빨은 늑대 송곳니처럼 예리하고 단단합니다. ~이 흉측한 짐승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광부들뿐입니다. ~ 평생에 단 한번만이라도 하늘을 보는 것이 소원인 이놈은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한다지요. 잡혀 먹히는 것이나 아닌가 떨고 있던 광부들은 조건을 내건답니다. 네 번쩍이는 뿔을 자르게 해다오. ~ 네 날카로운 이빨을 자르게 해다오. ~ 짐승이 따라나오지 못하도록 재빨리 나오는 통로를 막아버립니다.....그때부터 이 짐승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채 컴컴한 암반 사이를 느릿느릿 기어다니며 흐느껴 웁니다. 마지막으로 숨이 넘어갈 때쯤 되면 이 짐승의 살과 뼈는 검은 피와 눈물로 다 빠져나가, 들쥐 새끼만하게 쭈그러들어 있다지요.(190~192페이지)

열의 하나쯤이나 될까, 운 좋게 암반 사이의 가느다란 틈을 비집고 나와 꿈에도 그리던 하늘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이상하게도 햇빛을 받자마자 이 짐승은 순식간에 끈적끈적한 진홍색 웅덩이로 변해버린다. 눈부터 빨갛게 녹아버리는 거다. 이 웅덩이 물을 삵쾡이란 놈이 무척 좋아해서 기다렸다는 듯이 핥아먹어버리고는 한단다. 하지만 어쩌다가 낙엽 속에 숨고 눈 속에 묻혀 삵쾡이의 눈에 띄지 않은 경우가 있지. 계절이 바뀌고 한 해가 가고 또 십 년이 가고 백 년이 가면서 그 웅덩이가 썩은 자리에 어느덧 연한 풀이 돋고, 자그마한 꽃들이 핀다.

그게 붉은애기풀이란다. 푸른 잎 가장자리에 녹물 같은 붉은 기운이 돌고, 뿌리를 다려먹으면 미친병이나 어질머리병에 직효이고, 산삼 찾는 것보다 더 힘든 풀이야. 그걸 찾는 약초꾼들은 꼭 전날 밤 꿈에, 산신령 대신 그 짐승의 검고 흉흉한 형상을 보곤 한단다.......(372페이지)》

 

한강작가님의 글은 도입부의 집중과 몰입이 내겐 좀 힘들다.

그 도입부를 지나 어떤 하나의 사건이 시작되는 그 지점부터는 주체없이 빠져들곤 한다.

요.. 며칠이 그랬다.

아침 출근 전과 퇴근 후 저녁을 먹기 전, 운동을 다녀오고 난 후, 그 인물들이 궁금했다.

 

시점은 인영에서부터 명윤, 장... 그리고 의선으로 불규칙인 1인칭 시점에서 3인칭 관찰자시점으로 혼재해 있다.

하나의 사건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인영과 명윤은 의선과 연결된다.

의선의 어머니와 같다고 해야 할까? 의선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리고,

난 그 의선을 생각하며 여수의 사랑의 '나흔'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 의선이 이야기한 기억의 파편을 따라 인영과 명윤은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곳에서 의선의 아버지와 연결된 사진작가 장을 만나게 되는데....

 

작가의 말 중에 ' 말과 침묵, 어둠과 빛, 꿈과 생시, 죽음과 삶, 기억과 현실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은 사이에만 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안팎으로 둘러싸며 가득 차 있다'라는 말이..... 사이, 간극이라는 말이.

특히,

어둠과 빛은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하기도 주된 배경이 폐광촌인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자꾸만 어둠과 자기만의 세계로 갇히려고 하는 인영과 명윤 그리고 장.

그와 반대로 빛으로만 자꾸 나가려는 의선.

검은 사슴의 설화이야기는 어둠에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검은 사슴이 인영과 명윤, 장이라고 한다면 밖으로 나가 붉은얘기풀이 되는 의선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인영과 명윤은 그토록 의선을 찾으려고 했던 것일까....?

누구나 살아오면서 이야기하지 않는 사연과 기억이 있고 그 사연과 기억은 대부분 나에겐 상처가 되는 것들이다.

그 상처로 인해 치유하기보다는 내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버리고 만다.

그 상처와 기억이 어둠을 만들고 나는 더 깊숙이 그 어둠 속으로 자기 자신을 숨기고, 또 다른 나는 상처와 기억을 극복하고 밝은 빛으로 나오려고 갈등을 한다.

선택은 나에게 있다.

 

98년이면 서른이 안된 나이의 한강작가님이셨을 텐데.... 그녀에게도 어떤 어둠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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