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친척집에 있던 예초기와 벌초할때 필요한 도구들을 벌초 후 집으로 가져오기로 한 날, 그 예초기도 무슨 기운을 느꼈는지 시작은 순조로웠으나 중간에 스타터의 손잡이기 풀려서 애를 먹이더니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를 반 정도 할 때쯤 멈추고 말았다.
잘은 몰라도 본 것은 있어 이것 저것 풀었다 조였다 열어보고 재차 시동을 시도했지만 걸리지 않았다.
내려가야 하나....온 김에 다하고 갔으면 하는 마음인데, 아쉬움에 내려왔다.
오는 길, 농협 농기구수리센터에 들려 고쳐보려고 했으나 생명을 다하고 말았다.
우리 집으로 오기는 싫었나 보다......ㅎㅎ 2010년에 구입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기존 사용하던 모델과 동일모델로 약간 업그레된 제품이다.
모델명 계양 KY420SE
작업봉이 가늘어졌고 좀 가벼워진 것 같고, 엔진을 둘러싼 커버가 일체화되어 다소? 예뻐졌다.
예초기는 4행정과 2행정으로 나눠지는데,
4행정 예초기는 흡입 - 압축 - 폭발 - 베기가 순서대로 진행되며, 휘발유만 사용한다.
엔진에는 자동차처럼 오일을 넣는 것에 반해,
2행정 예초기는 흡입과 압축 - 폭발과 배기 2번의 행정으로 출력이 일어나며, 휘발유에 오일을 혼합하여 사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2행정 예초기가 출력이 더 세다고 알려져 있다.
새로 구입한 예초기를 들고 다시 산으로 올랐다.
7시가 넘어 오른 산과 10시가 넘어 오르는 산은, 헷볕의 따가움에서 계절의 다름을 피부로 느낄수 있다.
가을이다.
눈대중으로 휘발유에 엔진오일을 섞곤 했는데, 혼합통으로 계량화할 수 있어 좋다.
너무 적거나, 많은 엔진오일을 넣으면 엔진에 무리가 간다고 한다.
일 년에 한두 번 사용하는 기기로 보관방법도 중요한데, 작업 후엔 임의로 시동을 끄지 말고 연료호스와 연결된 연료코크를 잠근 후 엔진에 남아 있는 휘발유가 다 타서 꺼지도록 권유하고 있으며 연료통의 잔유 휘발유는 없도록 하고 있다.
잔디보단,
이끼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 그리고 풀이 더 많은 아버지 산소.
어떻게 하면 잔디를 예전처럼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이다.
예초기를 가져오면 어디에 보관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아이들 베란다 한쪽의 창고에 중간 선반을 빼내고 나니 예초기가 들어가기에 딱 맞는 사이즈가 나왔다.
아무튼 그 예초기대신 새 예초기가 우리 집에 오게 된 셈인가.
이 예초기가 생명을 다 하기 전에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산소에도 변화가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