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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온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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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소를 찾았다.

벌초를 하고 온 후, 지저분하게 자란 철쭉과 회양목이 자꾸 거슬렸다.

나무들은 대부분 봄에 전지를 해주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 봄에 그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7시 반이 안 된 시간이었지만, 이미 햇볕이 따갑게 느껴졌다.

땀 좀 흘리겠는데.

구선동을 지나 머치고개를 넘어서면서 안개가 자욱하다.

요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이렇게 온도의 차이가 날까.

아마도 사면이 산이다 보니, 밤 사이 차가운 기온이 일출과 만나 안개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마치,

해가 뜨니 차가운 기온이 도망치듯 안개가 산 위로 올라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랄까.

가을에 접어 들면 아침이 늦게, 저녁은 조금 일찍 찾아오는 이곳.

 

 

오늘은 혼자 올라 간단히,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높게 자란 진달래를 과감하게 쳐주고 아버지 산소의 키가 높게 선 철쭉과 정리가 되지 않은 회양목을 정리해 주려고 했는데 둘째가 같이 간다고 따라나섰다.

지난밤, 첫째에게 동생은 산소에 같다고 하는데 너도 갈래 물으니 선뜻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가기 싫다는 말이다.

한 번 정도는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이 아빠는 아직도 약간의 구시대적인 생각과 고집을 같고 있는 사람인데 특히 첫째라는 장남이라는 부분에 대해 의미를 두고 있다. 집안의 큰 일이나, 남자가 해야 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면 이 아빠는 첫째에게 먼저 의견을 묻거나 시키겠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네가 싫어한다면 아빠는 둘째, 동생에게 맡기거나 물을 수밖에 없다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가서 서운해 생각하지 말라고....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한 첫째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 이야기 때문인지 잠들기 전 자기도 가면 안 되겠냐고 물었으나, 정작 아침에 일어나지를 못했다.

 

지난주에 산소에 오르는 길을 깎아서 물도 덜 묻고, 편하게 오를 수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의 나무들을 정리하고, 아버지 산소의 철쭉과 회양목의 가지를 치고 모양을 만드는 사이 안개는 걷히고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가끔,

살아계실 때 못 해 드린 마음에 돌아가신 뒤 조금이라도 무형이든 유형이 됐든 마음과 신경을 쓰려고 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생각과 행동들이 대신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들곤 한다.

어쩌면, 이건 아버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반성과 핑계를 만들기 위한 행동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그런 생각이 머무른 채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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