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기 여덟 번째 책,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책을 들자 마자, 한강작가님이 직접 작사하고 작곡한 또한 노래까지 부른 부록 CD를 찾았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모아 소장하고 있는 CD들 속에서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버린 걸까? 그렇지는 않을 텐데 CD꽂이에 제법 머물러 있었다.
나지막한 저음의, 음고의 폭이 크지 않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출퇴근길 다시 들으려고 했는데 아쉽다.
노래와 관련된 일련의 이야기들과 직접 부른 노래를 만들게 된 이야기가 있다.
작가의 그 시절 어려웠던 가정환경으로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배울수 없어 문방구에서 종이건반을 사서 피아노를 쳤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의 마음이 한이 되어 끝내는 배울 때가 한참 지난 후 부모님의 그 한을 풀어 드리기 위해 원치 않은 학원을 다녔던 작가님.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나 또한 그것이 무엇이 됐든 원하고 가고 싶은 것을 가지 못한 나의 모습을 보았을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쩜, 그렇게 부모님을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든 살아가다가 힘든 순간을 만난다. 그게 언제든, 어떤 형태든, 때로는 그로 인해 영혼의 일부 또는 전부가 파괴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본질이 막 파괴되려는 바로 그 순간의 자세라고 믿는다. 그 마지막 순간에, 최후의 당신을 지키는 가느다란 끈을 놓아선 안된다. 놓았다 해도 다시 잡으면 된다. 어떤 지옥도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내면의 정수를, 그 가냘프고 단단한 실체를 온 힘으로 느껴야 한다. 느껴내야 한다. 어렵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 순간.」 page 148.
좋아하는 가수, 노래들이 꽤 있다.
이상하게도, 그 가수들과 노래는 성년이 되기 전에 들었던 노래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같다.
성년 이후의 노래와 가수는 딱히 떠오르기보다는 들으면 그냥 좋다 정도 그 이상은 아니다.
아마도,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어떤 연유로 그 맺음이 맺어졌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지금도 자주 듣고, 노래에 나오는 가사처럼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홀로 걸어가네' 그때나 지금의 나는 그 대답을 찾고 있다. 그때와 지금의 그 대답은 같을까 변했을까....?
신해철 -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의
파랗던 꿈을
세상이 변해 갈 때
같이 닮아
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그대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