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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벌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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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을 하려고 차문을 여는 순간 벌레 한 마리가 들어왔다.

운전석 문을 열고 벌레를 밖으로 쫓아내려고 유도를 해 보았지만 벌레는 전면 유리창 하단 부분에서 머물려 나가려고 할 뿐 다른 방향으론 움직이질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주차장에서 다시 해보기로 하고 출발을 했다.

작지 않은 벌레였기에 운전을 하면서도 자꾸 눈앞에서 신경이 거슬렸다.

성격상 벌레나, 파리가 차 안에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신호에 걸려 멈출 때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창문을 열고 지갑으로 양쪽 창문으로 빠져나가도록 유도를 해보기도 살생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어디론가 숨기일 수였다.

그렇게 몇 번을 시도했지만, 끝내는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주차장까지 오게 되었다.

벌레의 특성상 그런 것인지, 유리의 투명한 특수성 때문인지 좀체 옆으로 움직이질 않는다.

옆을 볼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ㅠㅠ.

주차장에서도 실패를 하고, 아침 출근을 하면서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신경이 딴 곳으로 향해 있어 잊고 있었다.

그러다, 오후에 일을 하다 생각이 났다.

그 벌레 어떻게 되었을까? 분명, 아침에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만 생을 마감하신 건 아닐까...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분명, 결이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요즘 내가 처한 상황 때문에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신경을 못 쓰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가족, 특히나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어머니.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몫이 있기 때문에, 그 몫을 어떻게든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 보다 소중한 내 가족에게 소홀했던 건 아닌지 새삼 되돌아보게 되었다.

오늘은 알바를 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점심엔 무슨 메뉴였는지, 밖에 나가실 땐 따뜻하게 입고 나가시는지 그런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갖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나를 지탱해 주는 유일한 단어는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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