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썸네일형 리스트형 말글살이 참으로 반시대적인 단어다. 무작정이라니. 이제 우리는 '무작정'의 정서를 잃어버렸다. 당신은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다. '무작정 기다린다고요? 왜요? 전화나 문자를 하면 되는데?' 이젠 무작정 뭔가를 하면 안 된다. 미리 작정하지 않고 뭔가를 무턱대고 해 보는 능력이 퇴화한 것이다. 현대 문명은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알기 위해 달려온 것인지 모른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던데 웬걸, 요즘 우리는 '한 치 앞'을 잘 안다. 손안의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한 치 앞을 보여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려주고 우리는 그에 맞춰 계획하고 행동한다. 나는 지금 273번 버스가 전 정류장을 지나 3분 뒤에 온다는 것을 '안다'. 전속력으로 뛰어가면 탈 수 있겠다. 뛰자! 예약한 택시가 8분 후에 온..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