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신뢰 썸네일형 리스트형 말글살이 - 말과 신뢰 무술의 좋은 점 하나는 말을 멈출 수 있다는 것. 우리 일상은 언어가 만든 질서와 규율의 감옥이다. 무술은 말의 감옥에서 잠시 벗어나 자기 몸의 가능성과 한계를 대면하게 한다. 무술뿐이겠는가. 말을 멈추고 날것 그대로의 자기 육신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언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운동이 몸에 대한 신뢰라면, 인간 사회의 시작점은 말에 대한 신뢰다. 사람은 '말에 대한 신뢰'라는 얄팍하고 변덕스러운 감정으로 살아간다. 말을 신뢰하지 않으면 앎과 경험을 주고받을 수 없다. 우리는 타인이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 편이다. '지금 밖에 비가 온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로 지금 비가 내리겠거니 생각한다. 누군가가 하는 말을 믿을지 말지 매 순간 달라지겠지만, 대체로 믿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