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여러가지 형식
12. 과학과 기술 : 설명하는 글쓰기
대학 교양학부 작문 시간에 학생들에게 과학을 주제로 글을 쓰라고 하면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온다.
"제발, 과학은 안 돼요!" 학생들은 모두 과학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다들 어렸을 때 화학 선생님이나 물리 선생님에게 "과학 머리"가 없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성인 화학자나 물리학자나 엔지니어에게 리포트를 써내라고 하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이 돌아온다.
"안 돼요, 제발 글을 쓰라고 하지 마세요!" 그들 역시 다들 글쓰기르르 두려워했다.
어렸을 때 작문 선생님에게 '굴재주'가 없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둘 다 평생을 따라다니는 괜한 두려움이다.
이 장에서 나는 그런 두려움을 덜어주고자 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글쓰기는 작문 선생이 독점하는 특별한 언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생각하는 행위다.
생각이 명료한 사람이면 누구나 깔끔한 글을 쓸 수 있다.
편견을 걷어 내고 보면 과학도 결국 많은 글쓰기의 주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글쓰기도 편견을 걷어내고 보면 결국 과학자가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다이언 애커먼이 쓴 박쥐에 대한 글을 보자.
우리는 대개 박쥐에 대해 세 가지 사실만을 알고 있다.
포유류이고, 우리가 싫어한느 동물이고, 밤에도 부딪히지 않고 날아다닐 수 있는 일종의
레이더를 갖고 있다는 것.
박쥐에 대해 글을 쓰려면 박쥐가 반사파를 통해 사물의 위치를 알아내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 애커먼은 그것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연관 지어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박쥐가 고주파를 사용해 먹이를 부르거나 휘파람을 분다고 생각하면 이 매커니즘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인간은 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어리고 귀가 대단히 민간한 사람은 초당 2만 번 진동하는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지만,
박쥐는 초당 20만 번 진동하는 소리까지 낼 수 있다
그 소리는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간격을 두고 초당 20~30번 반복된다.
박쥐는 그 소리가 되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메아리가 더 크고 빨라지면 잡으려는 곤충이 가까이
날아오고 있음을 아는 것이다.
메아리와 메아리 사이의 시간으로 먹이가 어는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이동하는지도
알 수 있다.
어떤 박쥐는 모래 위를 기어가는 딱정벌레를 감지해 낼 정도로 민감하며, 어떤 박쥐는 이파리 위에
앉아 날개를 구부리는 나방의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