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여러 가지 형식
12. 과학과 기술 : 설명하는 글쓰기
사람들은 대부분 사업체, 은행, 보험회사, 법률회사, 정부기관, 학교,
비영리조직 같은 조직에 소속되어 일한다.
그 가운데 많은 수가 조직의 관리자이며, 그들의 글은 바깥으로 공개된다.
주주에게 연설하는 사장, 절차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은행장, 학부모에게 보낼
소식지를 쓰는 학교장이 그런 예다.
그들은 대개 글쓰기를 너무 두려워해서, 그들의 글에서는 인간미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의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런 곳이 '진짜' 사람들이 날마다 출근해서 일한 '진짜' 직장이라는 사실을 상상하기란 힘들다.
하지만 조기에서 일한다고 해서 조직처럼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조직도 온기를 띨 수 있고, 관리자도 인간이 될 수 있다.
명료하게, 잘난 체하지 않으면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수익성' 같은 추상적인 표현이나 '활용' '이행' 같은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 또
"사전 사업성 조사과정이 문서화 단계에 이르렀다"처럼 그 말만 들어서는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생기 없는 문구보다는 실제 인물에 독자들이 친근감을 느낀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어느 대기업이 고객에게 배포하는 사외보에서 잘난 체하는 문장으로 인간미를 내팽개치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사외보의 목적은 단 하나,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는 것이다.
그 사외보는 이렇게 시작한다.
"기업들은 미래의 처리량이 언제 처리 능력을 초과할지를 산정하는 용량 계획 기법에
점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은 고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이 문장은 고객이 머릿속에 그려볼 수 없는 '용량'과 '능력' 같은 비인간적인 단어 때문에
딱딱하게 굳어 있다.
용량 계획 기법이 대체 뭔가? 무슨 용량을 누가 계획한다는 말인가?
둘째 문장은 다음과 같다.
"용량 계획은 의사 결정 과정에 객관성을 더해줍니다." 죽은 단어들이 더 늘어났다.
셋째 문장은 이렇다.
"경영진은 정보 시스템 자원의 핵심 영역에서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를 더욱 강화하게 됩니다."
고객은 문장 하나를 읽을 때마다 멈추고 해석을 해야 한다.
이 사외보는 헝가리어 쓴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객은 용량 계획 기법에 대한 첫 문장부터 씨름을 해야 한다.
해석해보자면, 용량 계획 기법은 언제 컴퓨터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떠맡게
될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둘째 문장 "용량 계획은 의사 결정 과정에 객관성을 더해줍니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의사결정 참여 강화에 대한 셋째 문장은, 시스템에 대해 많이 알수록 시스템이 더 잘 굴러간다는
뜻이다.
그 밖에 다른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은 계속 해석에 매달리느니 곧 다른 회사를 알아본다.
그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사람드르 똑똑한 줄 알았는데 왜 자기들이 뭘 하는지도 말을 못 하지? 그렇게 똑똑하지는
못한 모양이군." 사외보는 이렇게 이어진다.
"미래 비용 회피를 통해 생산성이 제고되었습니다." 비용이 하나도 들지 않았으니 물건 값이
공짜라는 뜻 같다.
그 다음에는 "시스템은 기능성을 지니고 제공됩니다"라고 보장한다.
말인즉 그것이 작동한다는 뜻이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