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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영화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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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시,

책 제목 때문에 책을 사게 되었습니다.

오십..... 어떤 의미가 있길래...?

생각지도 않았던 숫자, 그리고 내겐 아마도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나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가왔는지 2년후엔 저도 이 나이가 되는군요..ㅠㅠ.

사람마다 처한 상황,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앞자리가 바뀌는 나이에 대한

느낌과 태도들도 다 다른것도 같습니다.

대단치는 않았지만 꽤나 마흔을 넘어오면서 '마흔앓이'를 해 왔던 터라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이 되면서,

이번에는 잘 넘겨보자라는 마음으로 책을 접하게 되었네요.

 

이주희 작가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오십이 되셨고 그 오십을 또 그 앞으로의 삶을 위해 애쓰시는 인생선배로의 

글로써 읽어 보려 합니다.

 

4개의 부제목으로 이야기는 구성되어 있으며,

그 부제목에 맞는 에세이형식으로 누구나 쉽게 공감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고 공감되는 글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요즘 오십은 이렇습니다.>

 

상대평가는 늘 우리를 불행하게 했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그랬다.

남을 기준으로 나를 평각하는 데만 오십 년을 보낸 후유증으로 여전히 남의 소식에 귀 기울이는 데 익숙하고

그 결과로 쉽게 절망하겠지만, 이제부터는 내 손아귀에 있는 보물부터 살펴야겠다.

알리딘은 램프 소고 요정 '지니'가 약속한 세 가지 소원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내가 셋에 감사하지 못하고 열을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습관 때문에 나는 절대적인 안정을 이뤘으면서도 

여전히 빈곤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page37

살아가면서 나에게도, 나의 아이들에게도 절대 피해야 할 행동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가진 것들과 능력에 만족하는 삶도 필요하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꽃 피는 시기가 달라서 그렇지.

벚꽃, 매화꽃, 복숭아꽃, 자두꽃 모두 피고 나면 너무 아름답잖아요.

그저 '앵매도리(櫻梅桃李)라고 생각하세요.

사람마다 잘하는 게 있음 못하는 게 있고, 부모는 그저 그런 자식을 기다려주고 또 기다려주는 수밖에요"

page43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 성장에.... 늦게 서고, 늦게 걷는 것이 지나고 보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닌 중요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겐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나보다 힘센 사람들에게 부딪쳐 상처를 받거나 원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할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조직 안에 있으면 나쁜 일에 휘말리지 않을 다수의 제어 장치들이 작동한다.

그러나 조직을 떠나면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좋은 일, 나쁜 일 모두가 나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변했다는 소리 듣기 실어서, 거절하지 못해서 예전의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원치 않은 일,

불편한 일, 기분 나쁜 일, 옳지 않은 일에 휩쓸리게 된다. page55

 

<오십부터는 잘 먹고, 잘 자고 , 잘 입어야 한다.>

 

내가 집 짓기를 모색하는 이유는 이렇다.

비록 나는 돼지였지만, 여우나 늑대로 살지 못했지만 늑대가 열어달라고 해도, 훅 불어버린다 해도

날아가질 않을 견고한 나의 집을 짓고 싶다.

좋은 동네로 이사해 어려운 문제 풀고 번듯한 명함 가지는 일이 인생 최고의 가치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칠 뻔한 나에 대한 항거라고 나름 포장도 해본다. page76

보통,

우리는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을 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지의 답을 잘 골라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회사, 검사, 판사가 되어 상승된 신분으로 사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했고

똑같이 그 생각을, 단계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도 잘 모르는 삶.... 조금 살아보니 그것이 전부이자 문제가 아니라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네요.

 

<조금 아는 오십을 위한 한 글자>

 

인생은 행동에 의해 만들어지며 지식이나 사상은 행동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던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이장을 하는 선배는 그랬다.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음 느낀다고.

몸으로 부딪쳐 눈앞에 결과물을 얻는 일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란 걸 알았다고. page92~93

먹고사는 일에 도움이 되고 지속 가능한 일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일의 '기쁨과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연히 깨닫는 날이었다.

앞으로의 삶에서 언제 또 그토록 가슴 뛰는 순간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러니 두 번째 일은 거북이처럼 가보기로 했다.

현실적인 제약을 먼저 꺼내놓지도 말고 높은 목표를 세우지도 말고 지속 가능한 일이냐는 무거운 질문도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데까지, 할 수 있는 데까지 부지런히 걸어가 보기로 말이다.

너무 뜨겁지 않게, 다시 그늘이 그리워지지 않게. page 94

그런 마음.

목표... 어려운 질문을 내려놓고 내 마음 가는 데로,

내가 하고 싶은 데까지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삶의 중반을 넘어서는 기준점이 되는 이 나이엔.... 그런 행동도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해도 되는 말일지 모르겠는데'라며 남의 사정에 감 내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분들,

공들여 키은 남의 집 감과 배에 눈독을 들이는지. 그리고는 마음에 넝쿨을 만들어놓고 떠난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page117

타인 또한 친한 사람일지라도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그런데 문제는, 노력한다 해도 그것이 반드시 결과로 보답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폴 투르니는 "고통과 영광은 세트 메뉴가 아니다.

신이 영광을 미리 예정하고 고통을 주는 게 아니라서 고통 후에 나락으로 떨어질지,

더 높이 치솟을지는 고통받는 자의 결단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어떤 순간에도 신이 주는 행운은 장담할 수 없고 인간 스스로의 노력과 인내, 극복에 모든 것이 달렸다는 것이다.

노력 없는 공짜 운은 없고 공들이고 노력해도 보상을 확신할 수 없으니,

사는 일은 늘 불확실한 게임의 연속이라고 야박한 결론을 내놓았다. page134

 

<적당히 모르는 오십을 위한 두 글자.>

 

아는 엄마는 학창 시절 내내 붙어 다녔던 친구가 그립다고 했다.

발맞춰 함께 걸어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나 역시 그랬다.

무척 친했는데 차츰 멀어지더니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찾을 수 없게 된 친구가 있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친구 사이라 해도 각자의 일을 시작하고 가정을 이루면서 사정도 달라지고 말 못 할 일, 말하고 싶지 않은 사연이 생긴다.

너무 가까워서 차리리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야 하나.

친구와 보낸 시간만큼의 시간을 혼자 기다리다 보면 서로가 단단해져서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아는 엄마에게 말했다.

지금 나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살다 보면 생활의 무게는 사라지고 자신의 젊은 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기억 속 친구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날아올 거라고. page148

그런 친구.

내게 있어 가장 친하기도 마음이 잘 맞는 친구.

서로가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계기가 있어 우리가 했던 시간에 비해 턱없이 작은 시간 동안 잠깐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도 한 친구.

그냥.... 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는 <모르고 사는 즐거움(The Joy Not Knowing It All)>에서

걱정의 40퍼센트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고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며

22퍼센트는 너무 사소한 것이고 4퍼센트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남은 4퍼센트만이 오로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니 걱정하고 염려한다고 

문제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page155

일어나지도 않은, 

그렇다고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에....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않는다면,

육체와 정신은 여유로운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텐데.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는 행동은 '걷기', '놀기', '말하기', '먹기'라고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하는 행동 같지만 또한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은  것들이다.

몇 주째 걷다 보니 걸으면 나 자신과 놀고 말하고 먹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남들과 걷고 놀고 말하고 먹기 전에 나와 먼저 해보는 게 순서상 맞는 것일 텐데,

그동안 너무 남의 눈치만 보고 남에게서 행복을 찾으려 했다.

그러니 행복은 참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참 별거인 거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늘 이겨야 하니 말이다. page165

이것 하나만큼은,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걷기만 한다면.

 

중환자실에서 깨어난 적이 있다.

신체의 모든 기능을 기계에 의존한 상태였는데 깨어나는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의식이 돌아오는 희미한 순간, 아득하고 먼 곳에서 뛰어오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경계를 넘어오려는 발버둥처럼 차가운 얼음물에서 후드득 깨어났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많은 얼굴이 떠올랐고 단지 이 세상으로 넘어왔다는 

다행스러움에 안도했던 것 같다.

물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회복탄력성이 매우 강한지라 아둥바둥하며 살지 않겠다는 

큰 다짐이 물거품처럼 되어버렸지만 삶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삶에 대한 불손한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page189

아둥바둥하며 살지 않기를,

조금은 내려놓고 천천히 걸어가 보기를....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곤 합니다.

 

상대에 대한 느낌을 판단하는 건 얼굴만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서 얻은 정보의 종합 결과물이다.

목소리, 냄새, 말투, 행동 등 모두가 해당한다.

귀가 어둡거나 맛을 느끼지 못하고 잘 보이지 않는 건 자신의 주관적인 불편함이지만 

사람의 냄새는 일흔 넘은 엘리자베스가 헝가리 왕의 환심을 살 정도로 상대의 호감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다.

'가난의 냄새'처럼 '중년의 냄새'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거나 자신을 돌볼 의사가 없는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이 되니 나이 들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건 바로 '나의 냄새'일지 모르겠다. page 198

물론 사람에게는 이런 물리적인 냄새, 코로 맡아지는 냄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말투, 표현, 성격, 가치관, 태도 등 정서적인 향기도 있다.

고집 세고 이기적인 사람이 다가오면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나쁜 냄새가 날 때보다

더 큰 보폭으로 뒷걸음질 치게 된다.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냄새나는 곳은 청결히 씻어내고 향기 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page200

나이가 들어 육체에서 풍기는 물리적인 냄새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

내 자신에게서만 풍기는 정서적인 향기만큼은 다른 이들로부터 더 멀리 떨어지지 않을 수 있게

내 마음의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향기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 그랬다.

잘 산다는 건 많은 걸 누리는 게 아니라 내가 살던 세상보다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거라고.

그런 세상은 거창한 구호나 의정서 따위가 아니라 개개인의 결심과 실천으로 완성되는 것 아니겠는가.

바쁜 젊은이들 대신 조금 더 여유로운 내가,

바쁘게 사느라 환경을 온통 어지럽게 만든 우리 세대가 진진하게 고민할 문제일 것이다. page208

 

 

분명,

지금의 제 모습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의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 그 기준점이자 변환점이 되는 그 나이를 위해

준비를 할 것입니다.

삶의 무거운 짐도,

삶에 대한 욕심과 그 밖의 욕망들,

쓸데없는, 쓸데 있는 걱정들도,

조금씩 덜어내고......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걸어나 기기를.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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