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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생일 &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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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나의 생일이 없다.

음력 4월 30일이 생일인데 간혹 윤달이 끼어 29일로 끝나는 해가 있는 올해가 그 해이기도 하다.

 

얄궂은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내 생일 다음날이 또 아버지 제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생일을 맞이하는 게 더 부담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 장모님께서는 금요일 저녁 생일날 대신 저녁이나 먹자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셨고 추어탕에 아버님과 소주 한잔을 하게 되었다. 또 생일이라고 두둑한 용돈까지....

 

올 들어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님을 위해 아버지 제사는 산소에 가는 것으로 결정을 했고, 추석부터는 제사를 우리가 지내기로 했다. 선뜻 제사를 가져오는 것에 동의를 해 준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이 제사 때문에 많은 갈등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또한,

제사를 준비하는 대부분이 아내의 몫이어서 아내가 반대한다면... 그 의견 또한 존중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님들 시댁에서도 대부분 제사는 안 지내고 산소를 찾아뵙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고 제사 자체를 안 지내는 가정들이 많아지고 있고 누님들도 산소를 찾아 뵙는 것으로 대신하라고 하지만..... 난 왠지, 아직까지는 그러고 싶지는 않다.

 

가뭄으로 인해 지난번 심었던 잔디가 잘 살지 못해서 잔디를 조금 사서 산소에 오르게 되었다.

조금 이른 시간 작은 누님과 매형 조카, 어머니, 그리고 아내, 아이들. 흐린 날씨라 다행이라며 오르는데 그래도 기온 자체가 더웠던지 땀이 흐른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산소를 순서대로 풀을 뽑고, 잔디도 다시 입히고.... 상의가 다 젖을 정도로 그렇게 땀을 흘렸다.

그리고,

과일과 음식들을 차려 놓고 월요일 아버지 제사를 대신하며 절을 올렸다.

마음속으로 "어머니 좀 더 건강하게 생활하실 수 있게 보살펴 주세요.!!"라고.

 

제대로 된 아들 생일을 챙겨 준 적이 없다시며, 점심을 사시겠다는 어머니.

아직 생일상을 받을 나이도 아닐뿐더러 안 그러셔도 된다고 해도 극구 사시겠다는 어머니.... 집 부근에서 오랜만에 낙지볶음과 아이들은 돈까스로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5월은,

이 세상에 나를 존재하게 만드신 아버지.... 그리고 그렇게 나를 만들어 놓으시고 하늘 나라고 가신 아버지를 기억하는 그런 달이기도 하다.

 

언제나,

시골 내 고향을 갔다 오는 길에 주문처럼 외웠던..."잘 살자"를 되뇌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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