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해장국을 먹기 위해 해운대로 가는 길, 방향이 같아서 택시기사님께 혹시나 들려서 갈 수 있느냐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괜찮다고 하셨다.
이 기사님도 부산에 왔으면 꼭 해운대 암소갈비는 먹어야 한다고 본인도 단골집이라고 하신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무인 접수기에서 대기번호를 받을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나 우리보다 더 빠른 분들이 계셨다.
대기번호 26번.
시원한 대구탕을 아침으로 먹고 해운대로 걸어 나와 한가로이 커피 한 잔을 마셨다.
11시 반이 오픈시간이라 10분 전에 가면 된다는 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가서 기다리자라는 마음으로 출발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와 계셨고 기다리자마자 번호가 불리어졌다.
한 번에 대기 50번까지 들어간다고 했다.
처음 장사하셨던 한옥집과 신축건물이 나란히.... 깔끔하면서도 한옥이 주는 안락함이 느껴졌다.
무인 접수기를 지나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 있고, 이상순씨 외할아버지는 아니신 것 같고 나이는 있으시되 멋쟁이 사장님 혹은 책임자 분께서 패드를 보시면서 번호에 따라 자리를 안내해 주셨다.
우린,
오른쪽 구한옥 방으로 안내되었는데 테이블이 5개가 있는 아담한 방이었고 메뉴판이 정면으로 보이는 중앙에 앉았다.
생갈비는 오픈하면 얼마안되서 바로 소진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오후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생갈비 대신 양념갈비를 거의 드신다고 한다.
(생갈비의 손질과 마진, 단가차이에 있지 않을까..... 많이 남는 것을 많이 파는 것이 기업이든 음식점이든 불문율이다.)
우선 생갈비 4인분을 시키고 후에 양념갈비를 주문하기로 했다.
기본 상차림인데...쟁반에 1인용으로 이렇게 담아져 나오니 너무 깔끔하면서도, 손님이 많은 음식점들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상차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난 너무 마음에 들었다...ㅎㅎ.
마늘과 양념장, 무생체, 호박볶음, 묵, 샐러드, 상추 무침.
마블링과 칼집의 자태를 보라....!!
정말 소고기 색깔 너무 이쁘다.
불판이 신기하게 생겼다. 마치 신선루처럼 가운데 부분이 볼록 튀어나왔다.
가운데 부분이 볼록 튀어나온 이유는 맞는지 모르겠지만 고기를 다 먹을쯤 감자사리면을 올려놓기 위함이 아닐지, 또는 기름이 숯불에 붙지 않기 위한 용도인지..... 편한 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드디어 고기가 올려지고,
방마다 담당하는 이모님이 계셔서 벨을 누르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주시고 때로는 고기도 올려 주시고 그런 부분들이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일하시는 분들에게서 느껴지는 포스.... 오랜 경력과 손발이 잘 맞다고 해야 하나, 직원분들로 인한 어수선함이 전혀 없었다.
어떤 음식점을 가면 직원분들은 많은데 손발이 맞지 않아서 맛있는 음식들도 맛있게 느껴지는 않는 그런 곳이 있다.
소금에 살짝 찍어 입에 넣는 순간 칼집 때문인지 부드럽게 살살 녹는다...ㅎㅎ.
마블링 주는 부드러움도 한몫하는 것 같기도 하고 굽는 속도가 먹는 속도를 바쳐 주지 못했지만 낮술과 함께 그 정도의 기다림은 얼마든지.
생각보다 고기 굽는 연기는 문을 양쪽으로 통하게 열어 나서 그런지 잘 빠졌다.
된장찌개도 주문을 했는데, 갈비뼈를 잘라 가져 가시기에 여쭤보니 된장찌개에 갈비뼈를 넣고 끓이신다고 했다.
공깃밥 하나를 시켜 된장찌개에 말아 보았다.
매콤하지 않으면서도 구수한 된장과 고기 국물이 어우러져 느끼하지 않은 담백함이 있었다.
양념갈비도 2인분을 주문했는데 사진을 찍진 못했다.
고기 굽느라 술 마시는라......ㅎㅎ. 정신이 없었다.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아서 먹은 뒤에도 입안이 깔끔하다고 할까.
뼈에 붙은 살까지 먹어 보려고 구워 보았는데 먹지는 못했다.
처음엔 감자사리라고 해서 뭐지 했는데 감자면사리였다.
감자사리 2인분. 간장소스인지 면과 함께 나왔다.
가운데에 최대한 고기와 갈비뼈를 올려놓고, 육수라고 해나 소스를 조금 부어 끓어지면 감자사리를 넣고 소스를 더 부어 주셨다.
한 친구가 데코레이션이라며 호박볶음을 올려놓았다.... 올려놓으니 이쁘니....?ㅎㅎ
숯불의 공기 구멍을 막던지, 숯불을 빼던지 아니면 최대한 빨리 먹어야 불지 않거나 불판에 달라붙지 않는다.
최대한 빨리 먹었는데도 불판에 많이 달라붙었다.
아니면, 우리가 먹을 줄 모르는 걸까.
쫀득쫀득한 면발과 간간한 소스가 한 젓가락, 두 젓가락... 자꾸 젓가락질을 하게 만들었다.
간이 세거나 매콤함과 달콤함이 있는 음식들이 처음에 먹을 땐 좋으나 먹다 보면 물리는 경향이 있는데 대체적으로 간의 세기와 매콤함과 달콤함이 균형을 잡고 있어서 소고기를 먹었음에도 느끼함이 없었다.
낮술을 꽤 마시기도 했다....ㅎㅎ.
해운대 암소갈비집은 다음에 부산에 오더라도 다시 들려 보고픈 곳이었다.
약간은 얼굴이 상기된 모습으로 후문 주차장으로 나왔다.
우리.... 고기 먹었으니 냉면.... 아니 밀면 먹으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