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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삶의 창 - 발바닥 때리는 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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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8일 금요일 한겨레 20면 우측 중간에 실린 글입니다.

노모는 섭생이 단정했다. 늘 소식에다 잡스러운 것을 자시지 아니했다. 입맛이 없을 때 쇠고기 몇점, 갈치 구운 것 한두 토막을 즐겨 했지, 주로 나물이었다. 절밥 같은 소찬에 길들여져 나도 담백한 것을 좋아한다. 노모는 그 덕에 속병은 없이 살았지만 근육이 말라 사지가 가늘었다. 쉬이 넘어지고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막걸리집에서 죽순을 들깨가루에 무친 나물 안주가 나온 것을 보고 나는 선배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 우리의 주제는 자꾸 골목으로 들어간다.

"노모가 여든둘인데 팔다리 허리, 온몸이 돌아가면서 쑤시고 저리고 아프다고 그러시오. 지난봄에는 아파트 현관 경사진 곳에서 미끄러져 발목이 부렸고, 골다공증이 심해 금년에만 두 발에 번갈아가면서 깁스를 했어요."

"큰일이네. 집에서 병원으로, 요양원으로, 인생이 그렇게 끝나는 것 아닌가 싶어."

그의 노모는 아흔이다. 선배가 아들로는 둘째인데, 형제자매가 열이다.

"울 엄니는 장사여, 한참 때는 90kg이 넘었어. 평생 시장에서 장사해서 자식 열을 키웠지. 내가 그 골육을 이어받아 몸 하나는 튼튼하지 않은가."

노모는 3년을 병원에 계시다가 요양원에 가신 지 또 3년이 됐다고 한다. 한달에 한번쯤 문안을 드리는데 거동 불편한 것 말고는 총기가 짱짱하단다.

"하루는 갔더니 다리가 하나 없어져버렸다는 거야. 아니 다리 여기 붙어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내 다리 어디 갔냐고 자꾸 그래. 왼쪽 다리에 감각이 사라벼버린 거지. 종일 누워 계시니 마비되어버린 거겠지. 지팡이를 하나 사다 달라고 그래서 사다 드렸어."

한달이나 지나 찾아갔더니, 노모 왈 "다리를 다시 찾았다'는 것이다. 어찌 그런 일이 있을까 싶어서 다리를 꼬집어봤더니, 아프다고 반응을 한다. 이 무슨 조화인가. 노인은 그 지팡이로 발바닥을 1만 5천번 때렸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는 에이 거짓말 마시라, 때리건 둘째 치고 그걸 어떻게, 만사천일, 만사천이, 이렇게 세웠느냐고 물었다. 노모는 "그것이 뭣이 어려운 일이다냐'며 100번을 때리고 작은 돌멩이를 하나 놓고, 또 100번을 때리고 하나 더 놓고, 그렇게 세었다면서 돌멩이 더미를 보여주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때렸더니 피가 돌았다. 다리에 혈색이 돌아오고, 신경과 감각이 살아나고 그랬던 모양이다.

그날 나오는데 노모가 지팡이를 하나 더 사다 달라고 해서 그는 양쪽 발을 번갈아가면서 때리시려나, 하고는 사다 드렸다.그리고 얼마 뒤 요양원에서 빨리 오라는 전화가 와서 급히 달려갔다.

"어머니가 다리랑 팔꿈치, 얼굴에 시꺼먼 멍이 들어 있는 거야. 누구랑 싸워 맞은 줄 알았지. 그게 아니고 병원 바닥에 넘어진 거야." 침상에 내려서서 지팡이 두개를 짚고 조심 조심 걸어보다가, 몇걸음 걸어보다가, 휙 미끄러져 나자빠져버린 것이다. 다행히 어디 부러진 데는 없었고, 여기저기 까지고 찢기고 그랬다.

"그냥 가만히 좀 누워 계시지 왜 그렇게 기를 쓰고 걸으려고 했냐고 물었더니, 뭐라 하신지 알어? 집에 갈라고, 걸어서 집에 갈가고 그랬다는 거야."

집에 가려고 그랬다는 말이 지금도 떠나지를 않는다. 늙으면 요양원에서 한생을 마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어디 객사하는 것은 아니니 그런대로 불행한 최후는 아닐 것이라, 나도 그럴 것이라 했는데 그것은 편리하게 주무른 내 생각이었다. 술집을 나와 걸으며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고 보니 집에 가고 있었다. 날이 저물면 다 집으로 가는 것을, 누군들 집에 가고 싶지 않았을까? 당연한 것은 요양원이 아니라 귀가엿다.

내년 봄에 내 어머니 세번째 제사가 돌아오고, 그 집은 두번째 제사를 지낼 것이다.

 

이광이 잡글 쓰는 작가.

 

요 며칠 삼남매의 통화하는 날이 잦아졌다.

아침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신문을 읽다 너무도 공감되기도 하고 마음 짠한 글이 눈에 들어 왔다.

글쓴이의 마음처럼, 집에 가려고 했다는 그 말이.....

이제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예전과는 반대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온도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자세하게 열거할 순 없지만, 

어머니가 보는 자식들의 모습과 자식들이 보는 어머니, 아들이 보는 어머니와 딸이 보는 어머니의 모습에는 각기 다른 모습들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세상을 살면서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일지도 모르겠다.

 

좀 더 움직이시고, 꾸준한 운동으로 이 상황을 극복하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과 은행나무를 쳐다 본다....맞다, 가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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