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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학교폭력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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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퇴근,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런 분위기는 곧잘 아이들과 관련된 문제들로 연관되어 왔다.

직접 물어보기보다는 아내가 이야기를 해 줄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셋째의 반 친구들 대여섯 명이 카톡방에서 셋째의 험담과 비방을 꽤 높은 수위로 오고 갔고 그중에 있던 아이가 엄마(같은 학교 선생님)에게 카톡방의 오고 간 이야기들을 보여줬고 이 어머님도 특히 선생님이시다 보니 이건 안 되겠다 싶어 카톡 캡쳐를 해서 셋째의 담임선생님께 제보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제보 내용을 아내에게 알려 오셨고 그 이후 학교폭력신고를 전담하시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시고 학교폭력 신고 대상이 된다는 내용에 아내는 처음에는 별거 아니다 싶었는데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신체적인, 언어적인 폭력이든 해서는 안되는 아이들의 학교인데...ㅠㅠ.

우선, 선생님께서는 셋째를 비롯한 그 카톡방에 참여한 당사자들을 불러 주의 및 사과를 하게 하셨고, 화요일에 상담을 요청하셨는데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기에 그 무섭다는 학폭 신고에 해당하는지 너무도 궁금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같이 학교에 상담을 가자고 했다.

 

셋째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정작, 피해자인 당사자는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도 모르고 ....또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한 순간에 피해자가 되어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건지 참.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섰고 선생님과 짧은 인사와 함께 대강의 전개된 이야기를 들었다.

캡쳐한 카톡 내용들은 받아 볼순 없었지만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던 터라 아내가 카톡 내용을 읽는 동안.... 도대체.

아이들의 친구 이름은 솔직히 잘 모른다. 하지만 최근에 아내에게 셋째의 친구들의 이름을 들었고 그 카톡엔 친한 줄만 알았던 그 친구 두 명이 주도가 되어 셋째의 비방하는 글이 자극적으로 올라와 있었다.

예를 들면 셋째와 둘이 나눈 카톡 내용을 캡쳐해서 자기가 말하려는 내용(험담)의 근거 혹은 증명을 하는 글들이었다. 아이들의 카톡 내용들이 별거 있겠어라는 내 생각이 캡쳐한 글들을 읽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고 몹시 화가 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사람을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고 있는 거지... 우리 셋째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그리고, 

앞에서 그렇게 친한 척을 하던 아이들이 뒤에서 그 친한 친구의 험담을 이렇게까지.

나조차도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데, 아이가 이 글들을 읽었더라면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ㅠㅠ

 

선생님께서는  사과를 받는, 신고의 두 가지 방법을 말씀하셨다.

학교폭력 신고를 하게 되면 우선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가 되는데 현재는 코로나19로 인력부족 때문에 가정학습으로 진행된다는 말씀과 함께 신체적인 접촉, 물리적인 폭력이 아니기 때문에 심의위원회의 결과 또한 서면사과 정도로 예상된다고 하셨다. 학생기록부에 기재되긴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이 지나면 삭제된다는 말씀도 덧붙히셨다.

아내는 학교폭력 신고절차를 밟고 싶어 했지만, 난 우선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것으로 그 사과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그때 신고절차를 밟자고 아내를 설득했고 아내도 동의를 하였다.

그리고, 셋째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해서 물어보았는데 처음에는 혼내주고 싶다고 그러다가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이 상황이 참 많이 속상했다.

생각지도 못했지만, 심각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생산한 부산물 인지도 모르겠다는.

 

화요일 저녁을 먹고 난 후,

아이들에게 남의 험담을 하는 것은 아주 나쁜 행동이며, 남의 험담을 하는 친구들은 사귀지도 말라는 부탁을 했다.

나조차도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그런 행동은 나쁘다고 말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 아이들의 아빠이기에 노력해 보련다.

 

며칠 풀이 죽어있던 아이를 위해 아내와 함께 자게 하고, 그 마음고생 때문이었는지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도 갔다 오고 했는데 컨디션을 차츰 찾아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놓이기도 한다.

아빠, 엄마의 잘못인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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