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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영화

6. 한강 산문집 -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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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주문해 놓았는데 주말에 도착하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일요일, 운동을 멈춰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긴 하지만 굳이 우산을 써 가면서까지는 하고 싶지 않은, 내 자신에게 좋은 핑곗거리가 되어주는 날씨이기도 하다.

 

안방 창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을 보며 비가 들이치지 않을정도로 창문을 열어 놓고, 그 빗소리를 듣는다.

간간히 시원한 바람도 분다.

멍하니 한참....첫째의 책장에 연도순으로 정리해 둔 한강작가님의 책을 골랐다.

 

첫 장편소설을 끝내고(1998), 미국의 소도시 아이오와시티의 아이오와시티 대학 주최의 국제창작 프로그램(IWP)에 참가하게 된다.

그곳에서 3개월간 체류하며 다른 나라의 소설가, 시인들과 함께 했던 작가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와 함께 했던 동료들의 이야기가 있다.

큰 활자체로 부담 없이, 무겁지 않지만 삶의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다.

 

"사랑이 아니면" 하고 마흐무드는 중얼거렸다.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사랑없이는 고통뿐이라구."

"하지만 때로는" 하고 나는 반문했다. "사랑 그 자체가 고통스럽지 않나요?"

"아니지. 그렇지 않아."

그의 음성은 숙연했다.

"사랑을 둘러싼 것들이 고통스럽지. 이별, 배신, 질투 같은 것, 사랑 그 자체는 그렇지 않아."

 

"그런가 보았다. 우리는 좀더 쾌적한 집과 좀더 많은 수입, 좀더 나은 생활을 동경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는가 보았다. 정말 귀중한 것은 값나가고 어려운 것들이 아니라, 숨쉬는 공기와도 같았던 것들, 가장 단순하고 값나가지 않은 것들, 평화, 우정, 따뜻함 같은 것들이었나 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귓바퀴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진리가 어느 날 가장 생생하고 낯선 메시지가 되어 가슴에 꽃힐 때, 그때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지."

 

나이에 상관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어렸을 때 낯선 경험 예를 들면 배낭여행이라든지 그런 경험들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봐야 이 익숙함이 주는, 사소한 일상이 주는 고마움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코로나19가 다른 한 편으로, 마음대로 어디든 갈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깨달음과 감사함을 주었었다. 그리고 우린 그 깨달음과 감사함을 빨리 지워가기도 한다.

 

그 마음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시간과 나의 주변환경들이 획기적?으로 변했건만, 책 뒷장에 써 놓은 문장들은 지금의 내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왜 그런 것일까...?

안일하게 살았던 것일까.....ㅠㅠ.

분명,

위의 본문 문장처럼 무엇이 중한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아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자꾸만... 여전히, '허'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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