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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무더운 어느 날, 엉뚱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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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1차를 끝내고, 

항상 2차로 향하는 곳, 이곳을 들르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동태탕집에 들어섰다.

이 시간대면 자리가 없곤 했는데, 좌식에서 테이블로 바꾸고 나서는 자리에 대한 기다림은 없어졌다.

들어가서 왼쪽 화장실로 나가는 방향의 끝자리에 앉아 동태탕 3인분을 주문했다.

다른 곳에서 먹어 보아도 이곳 만한 집이 없다.

먹다 보면 계속해서 끌리는 맛.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동태탕이 나오고, 소주 두 병을 먹고 있을 때였다.

들어올 때는 보지 못했었는데, 우연찮게 벽걸이 티브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들 돌리다 내가 앉아 있는 대각선 방향으로 두 여성분이 소주 한 잔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별거 아니다 생각하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와 정면에 있던 여성이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어.....잊혀지지 않는 얼굴의 그림자.

그 여성은 내가 누군지 모르는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맞은편 여성과 술 한잔을 들었다.

나 또한 긴가민가 했다.

그 아이가 맞는지...?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본 친구들이 무슨 일이 있냐며 재촉했지만, 그 얼굴에 집중을 했다.

맞는 것 같았다.

평소에 나답지 않게 망설이지 않고 자리를 박차 그 여성들이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에 선 내 모습을 보며 이게 무슨 상황이지라는 표정으로 나를 한 번 쳐다보고, 둘의 시선이 부딪친다.

"실례하겠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뭐 하나 물어볼 것이 있어 왔는데요?"

내 시선이 향하는 여성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네..... 그런데, 무엇 때문에..."

"혹시, 00년도에 서울00고등학교를 졸업한 00영씨가 되시지 않는지요?"

"네, 어떻게? 맞긴 하는데 왜 그러시죠. 그리고 어떻게 저를 아시는지, 누구시죠?"

"제 기억이 맞네요. 저는 류00이라고 하며, 00영씨랑 동창입니다."

"아~~~ 그러세요. 죄송한데, 저는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어떡하죠."

"괜찮습니다. 꽤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뭐... 혹시라도 기억나시면 전화번호 드리고 갈 테니 연락 한 번 주세요." 라며, 그녀들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자리로 되돌아 나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아이를 잊고 있었다.

 

면단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 초등학교도 거리 때문에 본교와 분교로 나눠져 학교를 다녔고, 일 년에 한 번씩 가을 운동회에서 만났던 어색한 친구들.

난 그렇게 그 친구들과 중학교 3년을 같이 다녔고, 그 친구들과 고등학교까지 함께 입학을 하고 싶진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그곳에서 만난 몇몇 친구들은 아직도 만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어색한 환경에서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을 때쯤, 1학년 4반 교실은 4층에 있었고 당번이라 대걸레를 빨기 위해 1층 수돗가로 가야만 했다. 반으로 돌아오는 길,  3층 1학년 2반을 지나가는 순간 그 뒷문에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 많은 사람 중에서 그 사람만 보인다는 말, 광채가 난다는 말을 그녀를 보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담하고 조금 마른 듯,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 한동안 그 얼굴이 떠나지 않았다.

친해진 친구들에게 그녀에게 대해 물었고, 그 아이는 화학선생님의 딸이라고 했다.

딸만 넷, 그중 셋째라는 정보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나는 줄곧 그 아이가 등교하는 시간에 맞춰 복도에 나가 그 아이가 등교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월요일 채플시간이 끝나고 강당 앞에서 걸어 나오는 그 아이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곤 했다.

그렇게 2년 넘게 짝사랑을 거듭해 오던 시간, 1학년 같은 반 친구의 주선으로 편지도 몇 번 주고받고 집으로 점심 혹은 저녁을 먹으러 가는 시간에 동행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많은 이야기와 어떤 감정이 생기기에는 나 또한 다소 소극적이었고 그 아이 또한 같은 학년의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대해진 않았다.

그렇게 시작과 끝도 없이 졸업을 하게 되었고 그 아이는 재수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자취집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그 아이는 집으로 전화를 했고, 그다음 날 아침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독서실로 가는 동안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것이 그녀의 모습을 본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녀의 기억에선 나의 존재가 잊혀졌을 테지만, 내 기억 속엔 존재하는 그녀.

일병 휴가를 나와서 그녀 집으로 전화를 했고, 마지못해 전화를 받은 그녀 그리고 내가 너와 왜 전화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뉘앙스에서 아~~~ 마저 나만의 짝사랑이었지 하고 전화를 끊었던 기억.

이것이 나의 첫사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길고 길었던 나만의 짝사랑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도 여전히 만나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들은 소식.

5년 전인가 그녀가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친구도 그녀를 알고 있는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다고 했다.

그 이혼이 불행인지 행복인지는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사무실과 현장을 왔다 갔다 하느라 바쁜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으려면 장갑을 벗어야 해서 받을까 망설이다 일단, 거래처에서 오는 전화일 수도 있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말씀하세요."

"어~~ 전, 00영이라고 하는데요."

"네?"

"지난번 만났을 때는 기억이 나질 않았는데, 졸업장을 보니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그리고 고등학교 때 준 선물들도 기억이 나고."

"아~~~ㅎㅎ. 하여튼 반가워요."

"나도."

"그럼, 우선 말부터 놓을까요?"

"그래."

"지금은 좀 바빠서 그런데 이제 전화번도 알고 했으니까 나중에 통화하면 안 될까? 전화해도 되는 거지?"

"그럼, 그러면 나중에 전화해 가끔 연락하면서 지내자."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이른 퇴근길,

외부에 주차해 놓은 차 안은 그야말로 시트부터 시작해서 핸들까지 뜨거웠다.

환기를 시키고 에어컨을 최저 온도로 틀었지만 집에 도착할 때쯤에야 시원해졌을 정도다.

갑작스레 그 아이가 왜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한참 잊고 있었는데.....

남자들에겐 첫사랑이란,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그런 기억인 것 같다.

조금 상상력을 첨가하여, 그 아이를 만나 본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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