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다, 한 단어에 머물렀다.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을 가진 '케렌시아'.
누구에게나 그런 장소 혹은 시간이 있겠지.
류시화 시인의 "투우장 한쪽에는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구역이 있다. 싸우다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그 장소로 사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은다. 기운을 되찾아 계속 싸우기 위해서다" 글처럼.
나에겐...... 과연,
하루의 일상 속에서나, 하루를 마치며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나만의 공간과 시간.
공간이라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안방의 한 구석, 초라하지만 책상이 놓여 있는 이 공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상에 앉았다는 건 하루가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고, 그 하루가 어떠했든지 잘 이겨냈다는 뜻이기도 할 테니까.
요즘, 마음이 위로가 되는 소설책을 읽고 있는데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분명, 나만 이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도 되기도 하고,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지만 길은 정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그리고, 운동하는 시간이 되겠다.
오늘은 비가 내려서 건너뛰기로 했지만.
오로시, 나 혼자만의 시간이다.
걷기에 집중한다기보단, 오만가지 생각들을 펼쳐 놓고 이것저것 생각을 한다.
이것은 되고, 이건 안 되는데 하는 실망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과 근심들을 정리한다기보단 하나의 묶음으로 묶는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날은 자신감이 충만할 때도, 어떤 날은 절망감으로 집에 돌아오는 날도 있다. 하지만 내게 지어진 짐의 무게가 훨신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한 시간이다.
예전에는 '마음'이 이리도 중요한지 몰랐다.
내가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을 갖느냐..... 그것이 나의 일상을 얼마나 값지게 만들 수 있는지.
나의 그 작은 공간과 더불어 몸과 마음이 단련되어지는 그 시간을 통해, 좀 더 가치 있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