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가 '읽씹'의 발음이 '익씹'인지 '일씹'인지를 두고 내기를 했다. 두 사람이 기대고 있는 논거는 모두 타당했다. 아내는 '읽' 뒤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말이 오면 '익' 으로 읽어야 하니 '익씹', 남편은 '읽씹'이 '읽고 씹다'의 준말인데 '읽고'는 '일꼬'로 읽으니 '일씹'이라는 것. 아내는 준말 자체에서 발음을 찾았고, 남편은 본딧말에서 발음을 추리한 것이다. 나는 습관처럼 '뜻만 통하면 되지 그깟 걸로 내기까지 걸 필요가···'라고 하며서도, '공식적 견해를 덧붙이면'이라는 토를 달면서 '익씹'이 '표준 발음'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수도 있을 것도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준말' 또는 '줄임말'이란 용어는 은연중에 '본딧말' '본말'을 되묻게 만들지만, 준말이 하나의 단어로 굳은 다음에는 본딧말과는 다른 인생을 산다. 그래서 '읽씹'이 '읽고 씹다'에서 왔는지 '읽었는데도 씹었다'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읽씹'이라는 '고유한'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냐의 문제가 된다.
그런데 내 관심은 어떤 연유로 '씹다'가 '무시하다'라는 뜻이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말뜻이 어떻게 바뀔지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예측불허이다. 애초에 '씹다'는 '고기를 씹다, 껌을 씹다'에서처럼 음식을 윗니와 아랫니를 부딪치며 내리누르는 거다. 잘근잘근 씹는 행위에서 공격성을 찾아냈는지, '친구를 씹다, 선배를 씹다'처럼 누구의 흉을 보는 뜻으로 쓰인다. "나를 씹고 다닌다면서?" 반면에 입안으로 들어온 것을 뱉어내지 않고 삼키기 때문인지 말의 영역에서는 들은 말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너 지금 내 말 씹냐?" 음식을 씹는 행동이 비난과 무시의 뜻을 얻다니.
말은 씹을수록 흥미롭다.
김진해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 경희대 교수
요즘, 누구때문에 이 '읽씹'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영부인의 지위, 역할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