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지난주 일했던 장소에서 기다리라는 인력사무소 반장님의 통화에 대기 중.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고 했다.
피곤도 할 텐데 어제 조금 일찍 그나마 숙면을 취했더니, 현장으로 나오는 길이 개운하다.
이 현장 사장님은 아침마다 샌드위치와 어묵을 사다 주신다.
거의 반강제적이시지만, 따끈따끈한 샌드위치가 참 맛있게 느껴진다.
같은 인력사무소 반장님의 추천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난주와 이번주 일요일은 사장님의 영향력이 크셨다고 한다.
주중에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나와 다른 한 분의 얼굴을 꼭 봐야 한다면서 주중에 일하시는 분들은 오늘 쉬라고 하셨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ㅎㅎ.
아무튼, 그 이야기가 농담일지라도 기분이 좋다.
일명 통돌이에 경화제 두 가지를 섞고, 규사를 집어넣어 또다시 썩는 과정이다.
계측기를 설치할 바닥면에 다지기를 하고, 미장을 하면 금세 굳는다.
시멘트보다 단단해서 대형 트럭들이 다녀도 깨지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은 4곳 1개소만 작업을 하고, 오후엔 계측기를 측정하기 위한 통신과 전기선을 지하통로에 설치된 통신함과 전기배선함까지 끌어내는 작업을 했다.
가끔, 거리에서 인터넷 회사의 통신작업을 보긴 했어도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보고 보조역할을 하는 건 처음이다.
신기하기도 하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모든 것엔 간단하면서 쉽게 만들어지는 건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12월 말 개통이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업자분들이 나와 일하고 계셨다.
새벽 일찍 일어나,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각에 현장에 도착해서 쌀쌀함이 어느 순간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때론 그 공사현장 바닥에 비닐 한 장을 깔고 점심을 먹기도 하고 먼지를 뒤집어쓰기도 하지만..... 내가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뿌듯함이 피로감을 이겨내고 집으로 향하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