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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영화

한강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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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읽지는 못했다.

한강 작가님의 책들이 쉽게 읽히기보다는 좀 시간을 두면서 읽어야 하는 책들이 많다.

그래서,

처음 읽는 분들께서는 어렵고, 난해하고, 독자보다는 작가 위주의 글이라 실망하고

중도에 책 읽기를 포기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나 또한 아직도 읽기 쉽지 않은 어려운 책이다.

이럴땐 약간의 틈을 두면서 읽으면 좋은 내 나름대로의 한강 작가님의 책 읽기 방식이기도 하다.

 

"소년이 온다"를 출간하시고,

출산의 아픔처럼 정신적으로 많은 힘듦이 있으셨다고 한다.

아마도,

그 소설을 쓰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만나다보니 그 시대의 아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소설을 쓰면서 그 힘듦에서 많이 벗어나셨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읽으셨겠지만,

경하, 인선, 인선의 어머니 정심, 그리고 4·3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시점으로 이루어진다.

소설의 휴유증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소설가 경하.(작가 본인의 마음이 어느 정도 투영됐으리라)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네가 서 있는 벌판의 한쪽 끝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등성이에서부터 이편 아래쪽까지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겨 있었다.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처럼 조금씩 다른 키에, 철길 침목 정도의 굵기를 가진 나무들이었다.

하지만 침목처럼 곧지 않고 조금씩 기울거나 휘어 있어서,

마치 수천 명의 남녀들과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나는 생각했다.

이 나무들이 다 묘비인가.

우듬지가 잘린 단면마다 소금 결정 같은 눈송이들이 내려앉은 검은 나무들과 그 뒤로 엎드린 

봉분들 사이를 나는 걸었다.

문득 발을 멈춘 것은 어느 순간부터 운동화 아래로 자작자가 물이 밟혔기 때문이었다.

이상하다. 생각하는데 어느 틈에 발등까지 물이 차올랐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믿을 수 없었다. 지평선인 줄 알았던 벌판의 끝은 바다였다.

지금 밀물이 밀려오는 거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물었다.

왜 이런 데다 무덤을 쓴 거야?

점점 빠르게 바다가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날마다 이렇게 밀물이 들었다 나가고 있었던 건가?

아래쪽 무덤들은 봉분만 남고 뼈들이 쓸려가버린 것 아닌가?

시간이 없었다. 이미 물에 잠긴 무덤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위쪽에 묻힌 뼈들을 옮겨야 했다.

바다가 더 들어오기 전에. 바로 지금. 하지만 어떻게? 아무도 없는데. 나한텐 삽도 없는데.

이 많은 무덤들을 다 어떻게. 어쩔 줄 모르는 채 검은 나무들 사이를.

어느새 무릎까지 차오른 물을 가르며 달렸다.> page 9~10

 

이 꿈은 이 소설의 처음이기도 하고 시작점, 아픔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출간하고 그 해 6월에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어떤 연결고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경하에게 사회에서 만난 친구 인선의 뜻밖의 전화로,

인선의 부탁으로 인선이 살고 있는 제주도로 갑작스러운 사고로 혼자 남게 된 앵무새 '아마'를 보살피기 위해

가게 되는데 폭설로 인해 인선의 외진 집을 찾아가게 되는데.

찾아가는 도중 간천으로 미끄러지면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들.

인선과 인선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애매한? 환상이라고 할까.

조금은 어렵기도 낯설기도 했다.

경하가 죽은 것인지, 의식을 잃어 가고 있는 중에 무의식 세계에서 말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마음들, 공유하는 마음은 어쩌면 시간과 장소를 초월할 수도 있으니까.

어떻게 그런 일이 자행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런 피해를 입은 가족들의 삶은....ㅠㅠ.

작별하지 않는다는 그 피해를 입은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들,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들을 잊지 않는다는

그런 뜻이기도 하고, 

그 가족들의 지극한 사랑이기도 하다.

 

가슴 아픈 많은 현대사가 있다.

그 현대사를 만나는 일은 시간이 멀어질수록 가슴이 더 아픈 것 같다.

그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분들의 그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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