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주중에 있는 할아버지 제사.
올해까지만 산소를 찾아뵙고 술 한잔 올려 드리는 것으로, 어머니께서 그렇게 하시자고 했고 몸이 좀 안 좋으신 어머니를 위해 산소를 찾아뵙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과일과 술만 올리는 게 왠지 정성이 부족한 것 같아 전 몇가지와 나물 한 가지를 준비를 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고 싫은 내색하지 않고 준비하는 아내가 참 고맙기도 하다.
산에 오르시지 말고 바람이라도 쐐러 가시자고 했지만, 몸이 안 좋으시니 모든 걸 귀찮아하시는 것 같다.
요 며칠전에 다녀가신 큰, 작은 이모, 외숙모, 이모부도 우리와 동일하게 너무 움직이지 않으셔서 그런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데 물론 본인이 더 잘 아시겠지만..... 속상하다...ㅠㅠ.
10시 좀 넘어 출발했는데 짧은 거리라도 산을 오르는 그 짧은 시간에도 땀이 난다.
할아버지 산소는 경사가 좀 있는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어 미끄럽다.
출발하기 전부터 심은 잔디씨는 잘 자랐을까, 멧돼지가 산소를 파헤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걱정으로 올랐는데 다행히 몇 군데 조그맣게 파헤쳐 놓긴 했는데 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잔디씨를 심은 곳들을 확인했는데.... 역시 싹이 틔어 자라지는 않았다. 누구의 조언대로 잔디씨보단 잔디를 사다 입히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내년 봄부터 이번에는 마음먹고 대대적으로 잔디를 입혀봐야겠다.
매형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이 제사는 산소를 찾아뵙는 것으로 대신하라고 한다.
어머니, 고모부터 시작해서 큰, 작은누나 시댁들도 제사는 지내지 않고 산소 혹은 납골당을 찾아뵙고 있고 내가 제사를 모신다고 하니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떠냐고 이야기를 해 주기도 했다.
이걸, 고집이라고 해야 할까... 고집이라고 하면 할 수 없지만, 제사 준비를 간소화하더라도 이어가고 지켜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낙엽이 많이 쌓였다.
눈이 내리기 전,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다시 한번 와서 낙엽들을 긁어 내야겠다.
이것이.... 나의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숙제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