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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아내의,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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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주신 복분자 한 병을 아내와 나눠 마셨다. 아내가 세 잔을 마시고 나머지를 마셨더니, 슬슬 올라오는 술 기운이 올라오고 졸립기 시작한다. 잠깐 쇼파에 누워 있다가 마음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운동하러 가야 한다, 일어나라!'..ㅎㅎ.

그리고, 그 몸을 움직였던 그 무거운 마음의 이야기를 꺼내 보련다.

 

오늘부터 아내는 오후에 알바를 한다고 했다.

설 연휴가 끝나고, 아내에게 망설이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퇴사 및 이직 그리고 줄어드는 수입을 위해 절약할 수 있는 부분들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우선,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원중에 하나는 중단을 시켜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논술, 영어, 수학, 구몬학습지.....그 중 아내와 상의하에 구몬학습지를 다음 달까지만 하기로 하고, 아내의 아이들의 양해를 구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대로 이야기를 했고 아이들도 그에 따르기로 했다.

줄일 수 있는 부분들에서 줄여가고,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하면서 생기는 수입의 갭은 내 나름대로 주말 알바 혹은 다른 소득을 만들어 내면서 그 간극을 줄여 나가려고 하고 있었고 그럼 이 어려운 상황을 잘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어제 퇴근길 아내는 오늘부터 집 부근의 택배포장 알바를 한다는 것이었다.

난 그런 뜻으로, 아내가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일을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었는데 아내가 오해하는 건 아닌가 해서.

아내는 뭐 오후에 몇 시간 하는 건데 괜찮다며, 내 이야기 때문에 하는 건 아니라 찾아보다 괜찮을 것 같아서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했다.

미안한 마음이다.

마음이 무거웠다.

간혹, 지나가는 말로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당신도 알바를 좀 해야한다고 농담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말이 아내에게는 진심으로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세 아이를 키우고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그때는 모를까 지금은,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갔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냥 오라고, 이곳 저곳 알바들을 이야기하는 아내를 보며...... 남편으로의 자리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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