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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말글살이 -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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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4일 금요일 한겨레 22면

 

묘하다. '나누다'라는 말에는 두가지 정반대의 뜻이 숨어 있다. 하나는 참여와 공유, 다른 하나는 분할과 분리.

 마을회관에서 전기톱 하나를 사서 나누어 쓰면, 물건을 공유하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랑 나눔 바자회' '한 끼 나눔 잔치' '나눔과 섬김'과 같은 표현은 '함께한다'는 뜻이 강하다. '한 끼를 나누는' 일은 여럿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야 한다. '대화를 나누는' 일은 함께 무릎을 맞대고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고 말을 주고받는 것. 일방적이지 않다. '기쁨을 나누다' '슬픔을 나누다'라는 말도 기쁨이나 슬픔의 감정에 동참하여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것이다. 감정이입, 공유, 공감, 섞임,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시간과 공간, 마음과 자기 자신을 내어주어야 한다.

 반면에 '재산을 나누는' 일은 재산을 떼어서 각자에게 주고 마는 것. 재산 분할. 재산을 나눌 때 얼굴 붉히는 일이 잦은 건 내 주머니에 좀 더 많은 몫을 챙기겠다는 욕심때문이겠지. 나눠서 '가지면' 그뿐. 각장에게는 나눈 만큼의 배타적 소유권이 생긴다. 경계선이 그어지고 선을 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피동형으로 쓰인 '남북으로 나뉘다' '좌우로 나뉘다' '두 편으로 나누어지다'라는 표현은 자연스러운데 '사람이 나뉘다' '기쁨이 나누어지다'가 애초에는 분할과 분리의 뜻이 강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나누다'는 나눔(떼어냄)의 행위 다음에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같은 자리에서 함께 공유할지, 따로 분리하여 금을 긋고 배제할지. 나뉜 몫에 함께 참여할지, 뿔뿔이 흩어질지. 한국사회는 점점 분할과 분리, 급기야 배제의 나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김진해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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