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이상하게도, 이건 분명 좋은 습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읽었던 작가의 작품에만 손이 가는지 모르겠다.
지난주 도서관에 들렸다 대여해 온 책도......
틈틈이 자투리 시간에 읽기 좋은, 20편의 아주 짧거나 약간 긴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마음에 와 닿는 글이 있어 옮겨 보았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실제로 그 아이들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머문 적이 있는 거잖아요. 그건 엄청난 관계성이에요. 어쩌면 그 아이들이 아니라 제가 죽을 수도 있었던 거잖아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었는데, 결국 그 아이들이 죽고 저는 살아 있는 세상만이 현실이 됐어요. 그래서 저는 이 현실에 책임감을 느껴요."
"다르게 말하면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그리고 그 사실을 제가 알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저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영향을 받는 만큼 그 사건이나 죽은 아이들의 의미도 달라질테고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책임감이에요. 그 사건에 기꺼이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겠다는 것." - 235~236페이지
불운과 불행의 차이는 무엇일까? 불운은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다. 먼 훗날이 아니라 지금 다른 사람이 아니라 미야노가 병일 걸리게 된 건 불운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운명이나 팔자 같은 자기 바깥의 이야기에서 찾으면 불행이 된다. 그래서 불운은 점, 불행은 선이라고 이소노는 말한다. 불운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라 인생의 어느 지점에 위치시키느냐에 따라 불행으로도, 재밌는 에피소드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도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 261 페이지
'살아간다'는 건 우연을 내 인생의 이야기 속으로 녹여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면 우연이란 '나'가 있기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행운과 불운이 그 모습을 달리하는게 인간의 우연한 사람이다. 결국 우리에게는 삶에서 일어나는 온갖 우연한 일들을 내 인생으로 끌어들여 녹여낼 수 있느냐, 그러지 못하고 안이하게 외부의 스토리에 내 인생을 내어주고 마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 262페이지
시간이 지나면서 지난 기억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상당수 잊혀지곤 한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도.
살아남은 혹은 그 주변인물들이 갖게 되는 '책임감'? 이란 단어에 멍해졌다.
그 책임감에 대해 잊고 있었고, 잊혀지고 있었다.
다시는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었지만, 그 뒤 또 똑같은 참사가 일어났다.
.........
'감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곤 한다.
막내 때문에 보게 된 인사이드 아웃, 그리고 최근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통해서도.
1편에선,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전부였다면.
2편에선,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감정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의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감정의 자연스러운 변화라 생각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의를 내리는 데 있어 어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위에 열거한 감정 이외에도 더 추가될 감정들이 있을 테지만, 기쁨과 슬픔.... 불안등의 감정들이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루며 컨트롤 되느냐에 따라 '나'가 비로소 어떠한 형태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노력과 마음 다스리기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비록,
'천성'과 '재능'은 인위적으로 바꿀 수도 가질 수 없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