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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영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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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름 -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도 매일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매일 읽겠습니다」, 「난생처음 킥복싱」,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 가 있다. 

 


도서관에서 몇 번 대출을 하려다, 그때마다 대출 중이어서 다른 책을 대출해 오곤 했는데 지난주 일요일 집에서 확인을 해보니 대출가능으로 확인해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마치, 불편한 편의점 표지와도 비슷해 출판사와 표지디자인를 비교해 봤지만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의 위로는 동일했다.

 

어릴적 책읽기를 좋아했고, 서점을 내는 게 꿈이었던 영주, 일과 사랑에서도 번아웃이 된 영주는 서점을 차리게 되고, 그곳으로 이 책들의 주요 인물들이 함께 하는 이야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과정에서 매번 고배를 마시며, 부모님께 실망을 안겨 드린다는 부담감과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는 민준, 영주 서점의 카페에 원두를 공급해 주는 코트빈의 사장 지미, 계약직으로 8년 일을 하면서 더 이상의 화를 참지 못하고 퇴사한 후, 그 화를 억누르는 방법을 찾기 위해 잠시 쉬고 있는 정서, 꿈꾸던 일을 하고 그 꿈을 이루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음을, 그 반대의 경우에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작가 승우 그리고, 희주와 그녀의 아들 민철.

 

흔들렸다, 바로 잡으면 다시 흔들리는 이 마음을 조금은 잊고 싶은 생각에 책을 들었다.

선택을 잘 한 것일까?

책은 속도감 있게 읽혔고, 내 마음을 알고 있는지 책 속의 인물들은 나를 대변하듯 미래에 대한 걱정과 '일'에 대한 고민들로 하여금 책 속의 민준, 민철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라는 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내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지.

원래가 사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인데, 무엇 때문에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 그 걱정만큼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생각만으로 힘들어하는지 모르겠다.

꼭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 그 반대의 경우일지라도 행복 질 수 있다는 것에 그동안 가져왔던 생각들에 틈이 생기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도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그렇지 않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의 졸업장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했던 말들이.... 행복해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행복하게 사는 삶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이야기를 다시금 해 주고 싶다.

 

어떻게 사느냐....?

이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난 이 고민을 오래도록 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생각으로, 어떤 꿈을 갖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지?

지금의 내 모습이 이 책의 민준과 민철이와 같아서 더 마음이 갖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그들은 길을 찾았다.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진다고 하잖아요. 밝아진 눈으로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요. 세상을 이해하게 되면 강해져요. 바로 이 강해지는 면과 성공을 연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강해질 뿐만 아니라 고통스러워지기도 하거든요. 책 속에는 내 좁은 경험으론 결코 보지 못하던 세상의 고통이 가득해요. 예전엔 못 보던 고통이 이제는 보이는 거죠. 누군가의 고통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데 내 성공, 내 행복만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아 지는 거예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오히려 흔히 말하는 성공에서는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책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 앞이나 위에 서게 해주지 않는 거죠. 대신, 곁에 도와주는 것 같아요. - page 55
 
우리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거든.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 사람들도 다 힘드네? 내 고통은 지금 여기 그대로 있지만 어쩐지 그 고통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른 우물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없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들어. page193
 
승우는 좋아하는 일을 5년 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5년 했다. 어떤 삶이 더 나았을까? 글쎄,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삶이다. 더 편하고 여우로운 삶을 살아서가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다 보니 공허해졌고, 공허감을 이기려고 한국어에 몰입했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제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행을 책임지지 않는다. - page 274

 

복잡하게 생각하면 복잡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단순할 수 있는 삶.

어느 순간에는 복잡하게 또 어떤 때는 단순하게 생각할 때가 필요하고, 먼 미래에 대해 너무 고민하지 말며 예측 가능한 미래에만 집중하는 건 어떨까.

욕심부리지 말자.

그리고, 지금의 이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세게 부딪쳐 쓰러지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번엔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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