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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상

조금 이른, 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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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계획은 다음 주였다.

그러다, 이번엔 조금 서둘러보자 어차피 혼자 해야 할 일이라면 일찍 하는 것도 좋을 듯싶어 어제 갑작스럽게 결정했다.

 

올해는 혼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머니께는 말씀을 안 드리고, 아이들은 새벽 일찍 출발해야 하니 안 될 것 같고, 조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혼자서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5시 40분쯤 출발을 했고, 6시가 조금 넘어 도착을 했다.

어스름한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고, 사면이 산이다 보니 안개가 자욱했다.

 

이슬을 머금은 산길은 장화를 신었지만 무릎까지 바지를 적셔왔고, 예초기와 칼귀 그리고 두 개의 가방을 들고 오르려니 무게가 제법 느껴졌다.

오늘은 벌초도 문제지만, 이 산길을 제초하는 것이 더 힘들일이지도 모르겠다.

나만 오르는 길이라면 모를까, 추석 전에 성묘도 와야 하고 추석 당일 누님들과 매형들도 오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길의 작업은 필요하다.

 

작년에 새로 산 예초기는 말썽 없이 시동이 걸렸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는 손쉽게 벌초를 할 수 있었다.

예초기로 한 번 잔디를 깎고, 갈퀴로 깎은 잔디를 긁어내고 다시 한번 예초기로 깎는 방법의 순으로 벌초는 이루어졌다.

역시,

혼자서 하니 시간은 좀 더 걸렸다.

 

 

아버지 산소에만 오면 마음이 심란하다.

잔디보다 풀이 많고, 올해는 봉분 위의 잔디가 날씨 탓인지 다 죽었다...ㅠㅠ.

벌초를 하면서도 이 잔디를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또, 회양목 중간중간에 심은 철쭉은 너무 웃자라서인지 산소 반대편으로 기울어져 있고...... 일단은 웃자란 부분들을 올해도 잘라주긴 했는데, 내년에 중간에 말뚝을 박고 줄로 기울어져 있는 나무들을 바로 잡아봐야겠다.

내년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보다 아버지산소에 잔디를 자르지 않고 떼장 자체로 입혀 볼 생각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잔디를 입힌지가 거의 25년, 아버지 산소가 20년 정도가 됐으니, 더 이상 잔디를 심어서도 진전이 없다면 조경업체에 문의를 해 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산소로 오는 길을 깎을 차례.

산소에는 예초기 날을 플라스틱 줄로 하면, 기존 장착된 쇠날보다 잔디를 깍는데 용이한 반면에 풀이 우거지고 억새풀처럼 잘 깍이지 않는 산길은 기존 쇠날이 사용하기에도 잘 깎이기도 하는 편이다.

쇠날로 교체를 해 보려고 하는데, 예전 것과 다르게 부착된 날이 풀려지지가 않는다...ㅠㅠ.

할 수 없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최대한 짧게 깍느라 애를 썼다.

 

그리고,

내년에 사용하는데 문제가 안 생기게 예초기를 관리를 해 두어야 하는데.

최대한 연료통에 연료가 연소되도록 사용하면 좋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 남아 있는 연료를 다 빼내고 연료관의 밸브를 잠긴 상태에서 연소가 될 때까지 시동이 자연스럽게 꺼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2023.09.02 - [가다(going)] - 탈 많았던 예초기, 벌초

 

탈 많았던 예초기, 벌초

무언가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친척집에 있던 예초기와 벌초할때 필요한 도구들을 벌초 후 집으로 가져오기로 한 날, 그 예초기도 무슨 기운을 느꼈는지 시작은 순조

ryujm1975.tistory.com

 

네 시간이 소요됐다.

햇빛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무언가 큰 숙제를 마친 홀가분이 피로감을 이겨내는 것 같아서 더 좋았다.

 

내년엔, 꼭 잔디를 살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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