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살이 '기타'
내 방은 왜 이리 어지러운 건가? 오늘도 책 한 권을 찾느라 반나절을 보냈다. 남들은 정리정돈을 잘만 하던데, 내 방은 책 위에 책이, 책 뒤에 책이, 층층이, 칸칸이, 여기, 저기, 쌓여 있다. 언젠가 읽겠다며 사 모은 철학, 교육, 사회, 예술, 문학책들이 전공책들과 함께 뒤엉켜 있다. 거기에 지난주 회의 자료와 주전부리, 세 갈래로 쪼개진 거울, 탑이 된 과제물들, 수북이 쌓인 볼펜과 우산 몇 자루, 낡은 온풍기, 그리고 '기타' 잡동사니들. ('기타' 잡동사니가 '나'의 습성을 말해준다.) 이 세계를 질서정연하게 분류하고 모두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삼라만상을 어찌 인간적 기준으로 완벽하게 구획할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열거하기 어려우면 '그 밖', '그 외', '나머지'란 뜻으로 '기타'를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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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람, 그리고 유종의 미?
흐린 날씨, 비가 내렸다. 그리고, 날씨는 쌀쌀했고 어느 순간에는 덥기도 했다. 퇴근할 때는 바람의 세기를 전혀 못 느꼈지만, 운동을 나와 느끼는 바람은 몹시 거셌다. 또한, 한강의 강바람은 마치 바다 바람처럼 세찼으며, 내 어지러운 마음을 더 흔들어 놓았다. 이제, 이곳의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길다면 길었던 시간들, 그리고 그분들과 보내었던 시간들 그리고 자주 다녔던 장소들과 음식점들. 난 그분들과 그 장소와 음식을 다시금 되짚어 보기로 한다. 그것이, 내가 이곳에서 보내온 시간들을 대하는 예의라고 생각했다. 마음껏 그 예의를 갖추며 이곳의 생활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개인적으로 너무 외로워했다. 누군가와 의견을 나눌 대상도,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을 대상이 존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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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알바
어머님이 주신 복분자 한 병을 아내와 나눠 마셨다. 아내가 세 잔을 마시고 나머지를 마셨더니, 슬슬 올라오는 술 기운이 올라오고 졸립기 시작한다. 잠깐 쇼파에 누워 있다가 마음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운동하러 가야 한다, 일어나라!'..ㅎㅎ. 그리고, 그 몸을 움직였던 그 무거운 마음의 이야기를 꺼내 보련다. 오늘부터 아내는 오후에 알바를 한다고 했다. 설 연휴가 끝나고, 아내에게 망설이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퇴사 및 이직 그리고 줄어드는 수입을 위해 절약할 수 있는 부분들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우선,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원중에 하나는 중단을 시켜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논술, 영어, 수학, 구몬학습지.....그 중 아내와 상의하에 구몬학습지를 다음 달까지만 하기로 하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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