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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말글살이 - 밥맛 '밥맛'은 밥에서 느껴지는 맛이다. '장맛'이 장의 맛이고, '물맛'이 물의 맛이듯이, '밥맛'의 뜻도 쉽고 뻔하다. '밥맛이 좋다'는 밥을 씹을 때 느껴지는 맛이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뭐든 가까이 있으면 물들기 마련인가 보다. 밥에서 느껴지는 맛은 밥 먹는 사람의 의지로 옮아간다. '밥맛이 당기다' '밥맛을 잃다' '밥맛이 떨어지다' 따위에 쓰인 '밥맛'은 밥(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이나 의지를 뜻한다. '식욕'과 비슷한 말이 된다. 이런 쓰임은 '입맛'과도 통한다('입맛'은 '입에서 풍기는 맛'은 아니다. 그건 '입냄새'!). '입맛'은 음식이 입에 들어왔을 때 느껴지는 맛에 대한 감각인데, 그 감각은 음식을 먹고자 하는 의지로 쉽게 바뀐다. 그러다보니 '밥맛이 없다, 입맛이 없다, 식욕이 없.. 더보기
말글살이 '기타' 내 방은 왜 이리 어지러운 건가? 오늘도 책 한 권을 찾느라 반나절을 보냈다. 남들은 정리정돈을 잘만 하던데, 내 방은 책 위에 책이, 책 뒤에 책이, 층층이, 칸칸이, 여기, 저기, 쌓여 있다. 언젠가 읽겠다며 사 모은 철학, 교육, 사회, 예술, 문학책들이 전공책들과 함께 뒤엉켜 있다. 거기에 지난주 회의 자료와 주전부리, 세 갈래로 쪼개진 거울, 탑이 된 과제물들, 수북이 쌓인 볼펜과 우산 몇 자루, 낡은 온풍기, 그리고 '기타' 잡동사니들. ('기타' 잡동사니가 '나'의 습성을 말해준다.) 이 세계를 질서정연하게 분류하고 모두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삼라만상을 어찌 인간적 기준으로 완벽하게 구획할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열거하기 어려우면 '그 밖', '그 외', '나머지'란 뜻으로 '기타'를 쓴.. 더보기
회사를 그만 두기도 쉽지 않다. 지난주, 목요일 여직원이 그만두었다. 아직 신입의 때를 벗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혼자 할 수 있겠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나름대로 입사부터 시작해서 5개월 정도 업무에 적응되면 괜찮다 생각하고 결정한 시기가 3월이었다. 그래서, 1월 중순쯤 사장님께 퇴사의향을 전달했고 여직원에게도 2월 말쯤 퇴사를 이야기했었다. 퇴사한다는 이야기를 했을 땐 놀라기만 했을뿐 동요되는 마음을 읽지 못했는데, 그동안 심적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혼자 해야만 한다는 심적 부담감이 컸으리라 짐작한다. 그렇게.... 퇴사를 하게 되었다. 퇴사를 일주일 남겨 놓은 시점, 어떻게 해야 하나? 주말과 월요일, 그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정리를 해 보았으나 제대로 결론을 짓지는 못했다. 결정한 만큼 그만두는 것이 맞다라는 .. 더보기
강바람, 그리고 유종의 미? 흐린 날씨, 비가 내렸다. 그리고, 날씨는 쌀쌀했고 어느 순간에는 덥기도 했다. 퇴근할 때는 바람의 세기를 전혀 못 느꼈지만, 운동을 나와 느끼는 바람은 몹시 거셌다. 또한, 한강의 강바람은 마치 바다 바람처럼 세찼으며, 내 어지러운 마음을 더 흔들어 놓았다. 이제, 이곳의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길다면 길었던 시간들, 그리고 그분들과 보내었던 시간들 그리고 자주 다녔던 장소들과 음식점들. 난 그분들과 그 장소와 음식을 다시금 되짚어 보기로 한다. 그것이, 내가 이곳에서 보내온 시간들을 대하는 예의라고 생각했다. 마음껏 그 예의를 갖추며 이곳의 생활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개인적으로 너무 외로워했다. 누군가와 의견을 나눌 대상도,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을 대상이 존재하지.. 더보기
면접,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의보다 타의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엔 언제나 이직을 생각해 왔었고, 초기에 한번 이직을 위한 면접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결정의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과 함께 구인업체 몇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다행히도, 반 이상의 업체에서 연락이 왔고 그중 몇 곳은 가지 않았고 오늘 네 번째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면접을 보러 갔다. 연애도 그렇지만 면접도 마찬가지로 내가 마음에 들면,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아하고 반대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대방이 적극적 구애를 보내온다. 전에 봤던 업체 세 곳이 그랬다. 어찌됐든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일,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과 대면 속에서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건 .. 더보기
아내의, 알바 어머님이 주신 복분자 한 병을 아내와 나눠 마셨다. 아내가 세 잔을 마시고 나머지를 마셨더니, 슬슬 올라오는 술 기운이 올라오고 졸립기 시작한다. 잠깐 쇼파에 누워 있다가 마음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운동하러 가야 한다, 일어나라!'..ㅎㅎ. 그리고, 그 몸을 움직였던 그 무거운 마음의 이야기를 꺼내 보련다. 오늘부터 아내는 오후에 알바를 한다고 했다. 설 연휴가 끝나고, 아내에게 망설이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퇴사 및 이직 그리고 줄어드는 수입을 위해 절약할 수 있는 부분들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우선,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원중에 하나는 중단을 시켜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논술, 영어, 수학, 구몬학습지.....그 중 아내와 상의하에 구몬학습지를 다음 달까지만 하기로 하고, 아.. 더보기
수고했다...!! 마트에 들렀다. 회사용품을 구매하고 돌아서다 식품코너로 발길이 옮겨진다. 치킨이라도 하나 사갈까?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메뉴가 무언지 물어본다. 아내는 부대찌개라고 대답하며, 마트에 왔는데 치킨 어떠냐고 물으니 치킨보다는 닭강정이 났다고 한다. 그래, 이런 건 아내의 말씀?을 들여야지. 닭강정을 사니, 나의 발걸음은 주류코너로 향한다. 이 대표밀맥주는 단지 내에 있는 GS25에서 판매를 하지 않아 꼭 퇴근길 마트나, 동과 꽤 떨어져 있는 CU편의점에 들러 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대표밀맥주를 샀다....ㅎㅎ. 맥주 한 잔으로 오늘의 피로 아니, 1월 한 달 동안에 대한 나의 수고로움을 위로한다. 참.... 수고 많았다...!! 더보기
열 네번째 맞이하는 결혼기념일 조촐한 결혼기념일. 외식을 하려고 했으나, 첫째의 수학학원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집에서 주문배달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외식을 하면 케이크는 패스를 하려고 했는데 집에 맨 손으로 들어가는 것이 뭣해 퇴근길 케이크 하나를 준비했다. 벌써 혹은 체감상으론 더 시간이 지난 듯 하지만 그렇게 결혼한 지가 14년이 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좋은 일, 나쁜 일, 서로가 양보해야만 했던 일들..... 현재도 이어지고 있으며, 애써 잘 견뎌내고 있고 서로를 응원해 주기도 하고 있다. 고맙다, 사랑한다 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나, 남편이지만 그 마음은 항상 간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외적으로 힘든 상황들이 힘들게 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을 아내에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만, 아마도 모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