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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의 달려라, 오십호(好) / (13) 양산의 햇살 좋은 우리집 신문을 읽다, 공감이 되는 글이 있어 올려 봅니다. 집이야 말로.... 이래야 되는 것 아닐까요....? 내가 가진 첫번째 집에 대한 판타지는 ‘싱크대’였다. 겨울만 되면 마당 한가운데 있던 수도가 꽝꽝 얼어 터지는 경기도 파주의 달동네 꼭대기 집. 어린 시절에 나는 11월이면 수도꼭지를 양말로 돌돌 매는 엄마를 보고 자랐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엄마가 하던 일을 고스란히 해야 했던 나는 외부에 수도 시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이었는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양옥집에서 사는 아이들은, 주공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집 안에서 물을 떠먹고 산다는데. 학교가 끝나면 내가 사는 달동네로 올라오지 않고 주공아파트가 있는 읍내로 향하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마당 한가운데 수돗가에 매달려 손을 호호 불며.. 더보기
"땅벌" 밤새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다른 때보다 이른 출근을 합니다. 다행히 출근해서 보니 크게 문제 되는 부분이 없어 한숨을 돌리지만, 공장 바닥에 스며든 물들로 혹여 감전,누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일과가 시작되는 시간. 직원분들에게 공장 뒷부분에 있는 쓰레기, 물이 스며드는 부분들을 막아보자며 같이 치우기로 합니다. 벽에 기대어 있는 잡동사니들을 치우다 보니 그곳에 벌이 있네요. 벌집은 어디 간는지 알 수 없고 많은 벌들이 순식간에 퍼지고 작업하던 저를 비롯해 직원분들이 한바탕 소동을 벌였네요. 다른 분들은 괜찮은데 공장장님이 좀 많이 쏘이셨고, 저는 겨드랑이에 한 방 쏘였네요..ㅎㅎ. 공장장님은 나이도 있으시고, 벌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셔서 병원에 가시게 하고. 저는, 에프킬라로.. 더보기
장강명의 책 한 번 써봅시다/(20)논픽션 쓰기-2.주인공과 스토리텔링 구조 발생형 논픽션에서는 비교적 주인공을 정하기 쉽다. 평전이라면 글을 쓰기 전부터 주인공이 정해진 셈이고, 역사적 사건의 재구성이라면 가장 문제적인 인물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골라 주인공으로 삼으면 딘다. 이때 인물, 사건 , 배경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인물 한두명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펼치다 보면 다루는 사건의 폭이나 무대의 범위를 얼마간 축소하거나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스토리텔링이라는 렌즈 주변부로 밀려나는 사람들이나 사건들이 생기고 만다. 이게 아깝다고 버리지 못하면 원고가 산만해진다. 보여줄 거리가 많더라도 초점부터 제대로 잡아야 독자가 몰입할 수 있다. 2017년도 아마존 ‘올해의 책’ 종합 1위를 차지하고, 같은 해 미국의 여러 매체에서 논픽션 부.. 더보기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19)논픽션 쓰기 -1.논픽션 기획과 문제의식 논픽션은 정의 자체가 애매한 분야다. 애초에 '논픽션'이라는 명명과 분류 자체가 문학비평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20세기 들어서 미국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 집계를 하면서 나왔다. 소설 같은데 소설이 아닌 책들을 한 데 모으고 거기에 '논픽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것이 '논픽션 문학'이라는 자의식으로 발전했다. 이름의 역사도 짧고 편의적인 분류에 기원이 있다 보니 오해가 많다. 심지어 문학이론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픽션이 아니면 전부 논픽션'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이 규정을 받아들이면 논픽션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고, 관습적으로 불러온 대상과도 맞아떨어지지 않게 된다. 교양서적, 실용서적은 전부 논픽션인가? 사전이나 영어 회화책도 논픽션으로 봐야 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논픽션을 '소설 같은 .. 더보기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18)에세이 쓰기- 5.나만의 철학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이 뭘까. 나는 '삶을 사랑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사랑하면 그 대상을 유심히 헤아리게 된다. 그에 대해 할 말이 많아진다. 좋은 에세이에는 그렇게 삶에 대한 남다른 관찰과 애정이 담긴다. 내게 있어서는 그것이 에세이를 읽는 이유이고, 좋은 에세이를 읽고 나면 저자에게 호감을 품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소설과 다르다. 틀림없이 좋은 소설인데 읽고 나서 저자에 대해 무섭다거나 불쾌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으니까. 훌륭하지만 섬뜩한 소설도 많다. 하지만 그런 에세이는 읽은 기억이 없다. 그렇다고 글을 쓰기 위해 마음 수양을 하거나 도를 닦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삶이라는 추상명사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이 사람.. 더보기
"육아(育兒)"에 대한 기억. 방송 예능프로그램을 보다,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몇 년 전까지 우리도 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 부부처럼 아이를 키웠던 기억들이 다시금 소환되고 만다. 우리도 그랬었지. 새삼 아내가 대단해 보인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나도 아닌 연년생 남자아이 둘에, 이제 육아에서 좀 벗어나나 싶었는데 셋째가 생기고 출산을 했으니. 아내는 둘째를 낳고 나서 산후우울증 증세가 좀 있었다고 후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난 그런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참 많이 미안했었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내가 한 일이라곤 친구들 만나지 않고 칼 같이 퇴근한 것... 그것이 전부였던 것 같다. 아내가 그것 자체가 많이 도움이 됐다고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다. 또 그런 기억도 있다. 셋째가 태어나기전 둘째가 한 동안 새벽 2~3시 사이에 깨서 거실.. 더보기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17)에세이 쓰기 - 4.감추기의 기술들 '좋은 에세이를 쓰려면 자신만의 개성을 가꾸고 솔직히 잘 드러내야 한다, 좋은 글에는 개성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를 하면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몰래 하던 불온한 생각,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사적인 사연, 지인들에 대한 품고 있던 원망 등등. 그런 질문을 받으면 먼저 내 사례를 든다. 어지간히 솔직히 에세이를 써도 별일 안 일어난다. 자기와 생각이 비슷하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뭐 이따위 생각을 하느냐며 불쾌해하는 독자도 있다. 지인 중에는 "그랬어?" 하면 재미있어하는 이도 있다. 그게 전부다. 결국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비율은 에세이를 쓰기 전이나 후나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마음 깊은 곳을 드러내는 데 대한 예비 저자들의.. 더보기
1999년 인천 인현동화재 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을 읽고 있다.책을 읽다 1999년 인천 한 지역의 화재사건이 나와 내가 기억했던 그 화재사건이 맞는지 기억을 되살려보며,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본다.20여 년 전 청소년들이 안타깝게 많이 희생되어 뉴스를 보면서도 많이 안타깝게 가슴이 아팠었다.그리고,그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모른 채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소설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설마 그랬을까 너무 화가 나서 찾아보게 된 것이다.과연,미성년자들이 술을 마신것이 잘 못 된 것인지, 그 미성년자들에게 영업을 하게 한 그 어른들이 잘 못인지.나를 더 놀랍게 만드는 건.....아...화재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술값을 받지 못할까 봐 그 아이들이 못 나가게 하고,이건 아직 확실치가 않은 부.. 더보기